
[아시아경제 황효원 기자] 연일 35도를 치솟는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부 학교는 개학을 맞이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 교내 냉방시설이 제기능을 못해 학생들이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여전히 폭염 속 교복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개학을 연기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불편한 정장·치마 교복에서 활동성 있는 티셔츠·반바지 교복으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달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학생 교복을 바꿔 주세요','남녀 교복을 동일하게 하거나 정장형 교복을 티셔츠, 반바지로 구성된 생활복으로 바꿔 달라'등 교복 관련 청원이 400건 이상 쏟아졌다. 올해 초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에 여학생 교복과 아동복을 비교하는 사진·동영상이 잇따라 올라와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김모(15)군은 "학교에서는 생활복 착용을 지시하지 않았다. 무더위에도 교복을 갖춰 입고 교문을 통과한다. 이후 교실에 도착해 반바지로 갈아입는다. 학교에서 반바지로 생활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왜 교복을 착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일부 선생님들 중 복장 지적을 하시는 분도 있지만 요즘은 넘어가 주시는 편"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이모(18)양은 "더운 날씨에 꽉 끼는 교복을 착용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며 "왜 여자는 치마를 입고 남자는 바지를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통기성과 신축성 없는 블라우스를 입어야 해 너무 불편하다. 우리 학교도 생활복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제복 형태의 교복을 착용해야 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초 국무회의에서 "아이들이 교복을 받으면 수선해서 몸에 딱 맞는 식으로 입는다"며 지나치게 꽉 조이거나 활동하는데 불편한 교복의 개선 필요성을 직접 제기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김모(28)씨는 "날씨에 따라 학생들이 갖춰 입는 교복은 제약이 따른다. 날씨가 추울 때는 블라우스 위에 후드티를 덧대 입는 학생들이 많고 더운 날씨에는 주로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생활을 한다. 학생들이 불편한 교복을 입어야 하는 것은 일부 어른들의 고정관념 탓이다. 이제는 학생들을 믿고 자율성을 준다면 상호신뢰가 쌓이게 될 것"라고 주장했다.

◆ 서울 한가람고, '고정관념' 깬 후드티에 반바지 생활복 도입…"학부모·학생 모두 만족"
일부 학교에서는 반팔·반바지 교복을 도입해 다양화를 추구한 곳도 있다. 서울 한가람고를 시작으로 일부 학교들은 교복 변화에 나섰다. 특히 하복으로 티셔츠, 반바지를 선정했고 춘추복으로는 일반 후드티와 기모 후드티를 선정해 편의성을 높였다. 일부 정장식 교복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위해 동복은 재킷과 하의로 유지하는 융통성도 고려했다. 학생들은 계절에 관계없이 교복을 골라입을 수 있게 됐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는 호평 일색이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과한 자유 속 규범이 파괴될 것"라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제도 도입 후 이는 사라져버렸다.
백성호 한가람고교장은 "교복회사들은 양모 100%라는 이유로 카디건 값을 비싸게 받는데 날이 쌀쌀하면 사복으로 후드티를 추가 구매해 따로 입어야 했기에 부담이 더 컸다. 이에 한가람고는 아예 후드티를 교복으로 선정했다. 학생들은 더 이상 교복에 신경쓰지 않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크게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달 30일 '편안한 교복 공론화 추진단' 발대식을 진행했다. 불편한 정장이나 치마 형태의 교복 대신 티셔츠·반바지 등 활동성 있는 교복으로 바꾸자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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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단은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학생 토론회 등의 단계를 거쳐 교복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론화를 통해 도출된 교복 개선 가이드라인은 서울시교육청에 정책 제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생활복 도입 등 복장에 대한 학생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침의 교육 정책을 실시해왔다. 올해 5월을 기준으로 서울 시내 87%의 학교가 여학생의 교복 바지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황효원 기자 woni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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