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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성폭력 피해 폭로’ 남정숙 “피해자가 피해자한테 도와달라하는 곳이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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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성폭력 피해 폭로’ 남정숙 “피해자가 피해자한테 도와달라하는 곳이 우리나라” 2015년 교수 재직 시절 다른 교수에게 당한 성추행 문제를 폭로한 남정숙 전 성균관대 대우전임교수(현 인터컬쳐 대표)가 아시아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송승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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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송승윤 기자] “피해자가 피해자한테 날 좀 도와 달라며 찾아오는 곳이 지금의 우리나라입니다.”

2015년 교수 재직 시절 다른 교수에게 당한 성추행 문제를 폭로한 남정숙 전 성균관대 대우전임교수(현 인터컬쳐 대표)는 최근 봇물 터지듯 확산되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두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특히 피해자 면담조차 없이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와 여성단체 등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남 전 교수는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고충 상담은커녕 1차 피해에 대한 면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 면담 없이 마련된 대책은 맥락 구분도 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남 전 교수를 찾는 성추행 피해자들이 수십 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교수는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소속된 기관이나 수사기관을 찾는 대신 나에게 얘기를 좀 들어줄 수 있냐고 연락이 온다”면서 “나도 성추행의 피해자에 불과한데, 피해자가 피해자에게 자신의 안타까운 처지를 호소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남 전 교수는 “피해자들은 정신적 고통과 혼란스러움 속에서 수사기관은 물론 그 누구도 믿지 못해 같은 피해자인 나를 찾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으며, 정부나 조직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남 전 교수는 2월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더이상 #미투들이 피해 보지 않도록 ‘권력형 성폭력 방지 및 지원기구’를 긴급 구성해 주세요”라는 글을 올리고 국무총리실이 전체 진상조사와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기구를 긴급 설치할 것과 정부 차원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변호사 비용을 지원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다음은 남 전 교수와의 일문일답.


[단독 인터뷰]‘성폭력 피해 폭로’ 남정숙 “피해자가 피해자한테 도와달라하는 곳이 우리나라” 2015년 교수 재직 시절 다른 교수에게 당한 성추행 문제를 폭로한 남정숙 전 성균관대 대우전임교수(현 인터컬쳐 대표)가 아시아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사진=송승윤기자


-최근 미투 운동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그 기세가 심상치 않은데.
▲수십년 동안 곪아오던 것이 터진 것일 뿐,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연극·영화로 대변되는 문화·예술계에서 폭로가 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특정 분야의 문제로만 비춰지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하지만 미투 운동의 원인이 된 권력형 성폭력은 비단 문화·예술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체육계, 교육계는 물론 대기업, 나아가 언론계에서도 얼마든지 터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폭로 내용을 보면 최근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길게는 수십년 전까지 내용들이 올라온다. 현 시점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해질 수 있었던 이유가 있을까.
▲사회 전반적인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지금의 미투 운동의 핵심은 ‘권력형 성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서지현 검사도 그렇고, 나 역시도 특정 분야에서 오래 일해 온 경력자들로 사회적 비용이 많이 투입된 전문가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더 높은 곳에 있는 권력자들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오히려 조직에서 퇴출되거나 매장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행태들이 반복되면서 이런 상황을 타파하고자 하는 것들이 분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투 운동의 확산도 중요하지만, 청와대에 청원글을 올렸듯이 그 이후가 더 중요할 것 같다. 미투 그 이후는 어떤 식으로 사회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는지.
▲미투 운동의 핵심은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 가해자는 지금도 조직에서 혹은 사회의 어떤 위치에서 아주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어떤가. 조직에서 퇴출되거나 혹은 트라우마 등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도 2년이 넘도록 생계를 포기하고 재판에만 매달려 오느라 삶이 피폐해졌다. 더 이상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원적으로 돌아가 노동권과 생활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그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나 이런 것들이 효율성이 없다는 지적으로 들린다. 직접 성추행을 당했던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대책이 있는지.
▲정부를 비판할 의도는 없다. 내 발언이나 행동들이 정치적으로 엮이는 것 역시 원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것은 결국 조직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권력형 성폭력은 크게 4단계로 나뉘어 발생한다. 1단계는 ‘권력자의 성폭력’이다. 근본적으로 이 1단계를 막으면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이나 국가 차원에서의 방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지책을 말하는가.
▲지금 폭로가 이어지는 미투 운동을 보면 가해자들은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고 있다. 일반인이라면 감히 할 수 없는 악행들을 저질렀고, 그렇기 때문에 강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들도 가해자들의 말도 안 되는 행동들에 경악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가해자들은 정상인의 척도에서 판단하면 안 되는 정신 질환자들이라고 봐야 한다. 일종의 성 도착증 환자들인데, 이런 사람들에게 권력을 쥐어주면서 이 사단이 난 것이다. 가해자들도 일종의 환자로 분류해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격리를 해야 한다. 특히 교육계를 비롯해 많은 어린 친구들이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분야라면 성 도착증 여부를 검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인권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수십명 혹은 수백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권력형 성폭력의 나머지 3단계는 무엇인가.
▲2단계는 기회주의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사람들의 카르텔 형성이다. 이 단계가 제일 무섭고 대항이 어렵다. 3단계에서는 권력자와 카르텔이 피해자를 조직에서 퇴출시킨다. 그리고 4단계에서 피해자가 나간 자리를 카르텔을 구성했던 누군가가 차지한다. 이런 악습이 반복되는 조직 구조 하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미투 운동이 활발한 지금까지도 숨어 있는 피해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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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피해자들이라면.
▲청와대에 청원을 올리고, 내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당당히 밝힌 이후에 많은 연락을 받았다. 격려의 메시지도 있었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나와 같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었다. 사회의 손가락질이 두렵고, 조직에서 퇴출돼 생계가 막막해질 것을 우려해 끔찍한 상처를 가슴 속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에게 연락을 한다. 자신의 얘기를 좀 들어줄 수 있겠냐고, 그렇게 아주 조심스럽게 연락이 온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의 연령대와 직업군, 사회적 위치 등이 너무나도 다양하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아주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커리어 우먼이지만, 성폭력 피해를 입고 마음 한 구석은 피멍이 들어 있는 피해자도 무수하다. 사회 전반적으로 권력형 성폭력이 만연해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그런 피해자들이 똑같은 피해자인 나를 찾아와 눈물을 흘리고, 죽고 싶다고 얘기를 한다. 자신들을 구제해줘야 하는 조직이나 나라에 얘기를 못하고, 아무 것도 해결해 줄 수 없는 나한테 왜 얘기를 하겠는가. 결국 성폭력 피해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와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조직과 나라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이게 지금 현실이다.


-국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로 풀이하면 되는지.
▲맞다. 우선 지금 쏟아져나오는 미투 운동의 피해자들은 목숨을 걸고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피해자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피해자들과의 면담이 필수적이다. 그들의 목소리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피해자와의 면담도 없이 마련되는 대책은 미봉책에 그칠 것이 뻔하다. 아직까지 정부에서 피해자를 직접 만나 면담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다. 용기를 낸 피해자들에게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 차례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울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미투는 반드시 터진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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