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태양왕 루이14세 초상화 속에서도 스타킹을 신고 있는 왕의 모습이 등장한다.(사진=위키피디아)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보통 '스타킹과 가터벨트'라고 하면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오늘날에는 단순한 의상도구를 넘어서 섹시코드의 상징 중 하나로까지 여겨지지만, 19세기 전반부까지는 여성용이 아니라 남성용 제품이었다. 서양의 전 근대시대 성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여러 왕과 남성 귀족들의 초상화에서 스타킹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스타킹(stocking)'이란 단어는 대략 16세기 중엽부터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래 의미는 '다리와 발에 꼭 맞게 싸맸다'는 의미였다. 1589년에 영국에서 양말짜는 기계가 도입되면서 스타킹이 대중화됐지만, 비단이나 면사 등 값비싼 소재로 만든 스타킹들은 남성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남자들이 스타킹을 신게 된 것은 물론 오늘날과 같이 섹시코드로 작용해서가 아니라 매우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중세시대 서구에서 귀족과 왕족들은 주로 전쟁터에 나가야했고, 강철 판금으로 만든 플레이트 갑옷을 입곤 했다. 이 갑옷은 전신 착용이므로 다리부위 전체에도 입어야하는데, 그냥 입으면 강판이 피부를 긁어서 전투 한번 뛰고 오면 흉터가 생기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강철 판금의 두께가 또 있으므로 일반 바지를 입으면 걷기도 힘들고 더위를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얇은 비단이나 천으로 만든 스타킹을 신고 그 위에 갑옷을 입는 것이 유행했는데, 이것이 16세기 이후 일반 패션에도 적용되면서 남성들의 스타킹 문화가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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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터벨트는 이보다 늦은 18세기에 도입됐다고 알려졌는데, 고안자는 유명한 철학자인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로 알려져있다. 당시 스타킹은 신축성이 부족해서 쉽게 흘러내렸기 때문에 무릎이나 허벅지 부분에 줄로 묶었다고 하는데, 칸트는 이것이 혈액순환을 방해한다고 여겼다 전해진다. 이에따라 다리의 혈액순환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스타킹을 고정할 수 있는 가터벨트를 고안하게 됐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스타킹은 일부 의학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화상환자들이 피부이식 수술을 받은 이후 고정틀로 스타킹을 쓰는 경우가 있다고 전해진다. 단순히 섹시코드를 강조하기 위한 상품만은 아닌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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