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년 전 메뚜기 발견된 그림 '올리브 나무'의 사연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올리브 나무'에서 128년 전 말라붙은 것으로 보이는 메뚜기가 발견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작품은 반 고흐가 생 레미 요양원에 머물던 1889년 그린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기 그가 10점이 넘는 올리브 나무를 그렸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8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캔자스시티 넬슨 앳킨스 박물관은 소장하고 있던 반 고흐의 '올리브 나무'에서 물감 속에 묻혀 있던 메뚜기 사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물관 측은 반 고흐가 실외에서 작업했고 캔버스에 메뚜기가 앉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반 고흐는 밖에 나가 올리브 나무를 그린 것이다. 생 레미에 머물던 시절 반 고흐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별이 빛나는 밤'은 요양원의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밤하늘을 그린, 실내에서 작업한 것이었다. 생 레미 요양원 인근에는 올리브 나무숲이 있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서도 오른편에 언덕과 마을의 지붕 사이로 올리브 나무들이 보인다. 그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자 이 올리브 나무 사이를 산책하며 빛에 따라 여러 색으로 변하는 올리브 나무들을 연작으로 그렸다고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시기 반 고흐가 올리브 나무를 소재로 무려 14점의 작품을 남겼다는 점이다.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던 시기에 반 고흐가 올리브 나무에 천착했던 이유를 종교에서 찾는 해석도 있다. 반 고흐는 목사인 아버지를 이어 목회의 길을 걷고 싶어 했고 화가가 된 뒤에도 그림을 통해 그 가치에 봉사하기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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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그가 남긴 다른 작품에서도 드러나는데 초기작인 '누에넨 교회'나 '성경이 있는 정물' 등이 대표적이다. 누에넨은 네덜란드 남부의 도시로 반 고흐의 아버지는 이곳 교회의 목사였다. 또 '성경이 있는 정물'에서 그는 아버지의 성경은 크게, 그가 읽던 에밀 졸라의 소설 '생의 기쁨'은 작게 그렸다.
이 같은 반 고흐의 종교적 배경을 감안하면 그가 성경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나무를 쉬 지나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애꿎은 메뚜기가 캔버스의 물감에 묻혔던 것이다. 하지만 올리브 나무 연작을 통해 평화를 찾고자 했던 반 고흐의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 올리브 나무를 그린 이듬해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고통은 영원하다"는 말을 남겼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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