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가 앞으로 월 2회 가량 정례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의 대공 레이더가 가동되지 않는 틈새 시간대를 이용해 북한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B-1B 편대가 이례적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동해상 국제공역 상공을 비행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전투기의 대응 출격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야간에 한반도 상공에 또 예고없이 전개한 B-1B 전략폭격기 2대는 전날 오후 8시께 태평양 괌의 앤더슨 기지에서 이륙했다. 이어 2시간여 뒤인 오후 10시가 조금 넘어 강원도 강릉 동방 동해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해상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내로 진입한 B-1B는 군사분계선(MDL) 이남의 내륙을 비행하며 인천 상공을 통과해 서해상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3일 오후 10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 2시30분까지 동해 북방한계선(NLL)북쪽 국제공역을 비행한 이후 17일 만에 두 번째 야간 기습출격을 한 것이다.
B-1B 전략폭격기가 연이어 야밤에 기습비행을 하는 이유는 북한이 전력 사정과 레이더 성능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력 부족을 이유로 대공 레이더를 24시간 가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저녁 7시대부터 전력난 등을 이유로 레이더를 가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B-1B 전략폭격기 기습비행에도 북한의 전투기가 대응 출격하지 않은 것으로 미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전략폭격기의 야간 비행은 은밀한 기습침투 능력을 과시하면서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하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2000파운드급 GBU-31 유도폭탄 등을 탑재한 B-1B가 야간에 출격한 의도에 대해 군 관계자들은 은밀ㆍ기습침투 능력을 과시한 무력시위라는 평가를 내놨다.
북한은 이를 의식한 듯 지난 3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남조선 괴뢰들은 미 전략폭격기 B-1B를 1개월에 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조선반도 상공에 끌어들이기로 상전과 합의하였으며 미국 핵전략 장비들의 순환배치와 최첨단무장 장비들의 구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데 달라 붙고있다"고 비난했다.
전략폭격기의 전개는 기습비행에 이어 비행횟수도 정례화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합참은 이번 B-1B 출격을 "확장억제력 실행력 제고를 위한 정례적 전개훈련"이라고 설명해 B-1B가 정례적으로 한반도에 출격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B-1B가 적어도 매월 2주에서 3주 간격으로 1∼2회 정도 한반도에 출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이날 미국의 전략무기인 B-1B 랜서 장거리 전략폭격기 편대가 전날 밤 한반도에 전개된 것과 관련해 "한미 전략자산에 대한 순환 전개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국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순환 배치하기로 했다. 그 시기에 대해 청와대는 "미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고 협의 상황에 따라 배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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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지난달 27일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청와대 만찬 회동 자리에서 "미국으로부터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순환 배치하는 것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르면 연말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공군 F-15K 전투기 2대와 함께 동ㆍ서해상에서 가상 공대지미사일 발사 훈련을 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사시 한반도로 출격하는 B-1B는 사전에 북한의 핵심 타격 목표물에 대한 좌표를 받게 된다. 한반도 상공의 B-1B에서 북한 핵심 목표물이 있는 좌표를 향해 공대지미사일을 발사하게 된다. 야간에 가상의 공대지미사일 발사 훈련을 한 것은 심야 시간에도 해당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한 것이란 분석이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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