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지난 8월 대학을 졸업한 전모(27)씨는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를 캠퍼스에 방치해 두고 학교를 떠났다. 폐차가 번거로워 후배에게 물려주려 했지만 상대를 찾지 못했다. 전씨의 오토바이는 미신고 상태로 번호판이 없다.
서울 시내 길거리와 대학가가 곳곳에 버려진 미신고 이륜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행 '사용신고제' 하에서는 미신고 이륜차를 방치해도 소유주를 확인할 수 없어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단 점을 악용한 것이다.
최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무단방치차량으로 적발된 362대 중 이륜차는 249대다. 이중 자진 철거된 81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미신고 이륜차로 소유주를 알 수 없는 차량이다.
이륜차는 2012년 1월 1일 이후 배기량에 관계없이 번호판을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처럼 '등록제'가 아니라 '사용신고제'이기 때문에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륜차 소유주를 확인할 길이 없다. 임시번호판도 달려 나오지 않는다.
이륜차를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연간 수십만원에 해당하는 세금과 보험료 부담이 첫 순위로 꼽힌다. 사실상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대학 캠퍼스 내에서만 타고 다닐 목적으로 신고를 하지 않는 대학생들도 적잖다.
무단방치의 이유로는 미신고된 이륜차의 경우 폐차과정이 번거롭단 점이 꼽힌다. 신고된 이륜차는 해당 자치구에 사용폐지 신고를 한 후 고물상이나 폐차장에서 폐차를 하면 된다. 그러나 고물상이나 폐차장에서는 도난차량 가능성을 이유로 미신고 이륜차 처리를 꺼리는 실정이다.
장기 방치된 이륜차가 미신고 차량일 경우 자진철거를 기다린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검찰 기소 등 처벌조치가 이뤄진다. 그러나 적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수의 자치구 특별사법경찰은 "미신고 이륜차는 소유자를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해 사건화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에는 '이륜차 관련 제도개선 요청'이라는 청원이 올라와 지난달까지 3265명의 국민이 동의했다. 청원내용 중 하나는 이륜차도 자동차처럼 등록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미신고된 이륜차의 경우 번호판이 없어 각종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단 것이 이유다.
한편 등록제가 될 경우 이륜차를 이용하는 상당수 영세업자들에게 취등록세와 보험료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단 점이 지적된다. 한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사용신고제 하에서 자치구나 경찰이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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