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이사비 이어 초과이익환수제 대납 내걸어…강남 재건축 주도권 확보 위해 출혈 감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출혈 경쟁이 적정선을 넘어섰다." 부동산 전문가인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강남 재건축' 시장을 둘러싼 최근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강남 재건축 시장은 사실상 '화약고'로 변했다. 페어플레이보다는 '승자 우선주의' 심리가 팽배하다. 과도한 이사비 지원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대납 논란으로 번졌다.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한신4지구와 송파구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을 대납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한신4지구의 경우 올해 관리처분 인가를 접수하지 못할 경우 579억원의 부담금을 대납해준다는 내용이다.
건설사는 조합원 이익을 보장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위법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위태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현대건설이 서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에 제시한 7000만원의 이사비 지원을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판단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대납 문제도 "위법 여부를 따져보겠다"며 벼르고 있다.
건설사가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해외건설시장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시장, 특히 재건축 시장의 중요성이 커졌다.
재건축은 조합원 분양을 토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 강남의 경우 충분한 수익성도 기대할 수 있다.
또 주요 건설사들은 압구정 재건축 등 앞으로 전개될 강남 재건축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일정 부분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 시장의 과열은 건설업계 전체에 부담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는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집값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예고하는 등 칼을 갈고 있다. 정치권은 다음달 12일 시작되는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킬만한 이슈 개발에 시선이 쏠려 있다.
검찰은 '문무일 체제' 출범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여론 호응을 얻을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을 둘러싼 논란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이번 논란은 여론의 부정적인 인식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을 무력화하는 행동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은 건설사들이 생각해볼 대목"이라며 "건설사의 개발이익을 부자들이 되돌려받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사회적인 위화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