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상승률·분양가 등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대폭 완화
기존 기준 지나치게 엄격해 적용사업장 한곳도 없어
법령개정 10월중 완료 예정..현 추세면 서울·부산 등 일부과열지역 지정 가능성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을 완화키로 한 건 현재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5년 4월 관련 법령이 바뀌면서 민간택지 주택에 대해 적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주택가격ㆍ분양가 상승률 등을 따져 예외적으로 허용키로 했었다.
당시 바뀐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한 탓에 이후 2년 5개월간 적용된 곳은 한곳도 없다. 개정된 기준이 지금 당장 적용된다면 서울과 부산 등 상당수 지역이 사정권에 있다. 정부는 새 기준이 마련되는 10월 말 이후 시장상황을 봐 적용하겠다는 입장인데, 고분양가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보는 만큼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상당수 지역이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높은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고 그렇게 오른 집값이 다시 분양가를 높여 시장불안을 지속할 우려가 있다"면서 "(분양가 상한제로) 시장이 안정기조를 가져가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신규 분양 아파트의 가격을 택지비와 건축비 이하로 매기도록 한 제도다. 택지비는 감정평가액을 기초로 조성비용이 포함되며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 외에 각종 추가되는 비용을 일정 수준 이하에서만 허용하는 게 골자다. 각 지자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해 사업승인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아파트를 짓는 데 쓰는 각 항목별 비용을 공표해야 한다.
정부는 앞서 8ㆍ2 대책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키로 했으며 이날 발표내용은 그에 따른 후속조치다. 기존에는 3개월 아파트 매매가격상승률이 10% 이상 오르거나 연속 3개월간 청약경쟁률이 20대 1이 넘는 경우, 3개월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이상 늘어났을 때 가운데 한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이후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상한제를 적용키로 한 상태다.
이 기준은 사실상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들다. 서울 강동구는 지난 6월 한달간 아파트 값이 1.98% 올라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과열이 세달 연속 지속되더라도 상한제 기준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청약경쟁률 역시 연속 3개월을 기준으로 한 탓에 중간에 분양한 아파트가 없으면 기준에서 벗어났다.
이번에 바뀐 기준은 주택가격 상승폭이 일정 수준이상일 경우를 전제로 하면서 분양가 추이를 새로 추가했다. 전제가 되는 주택가격 상승폭의 경우 기존 아파트 대신 주택으로 바꾸는 한편 물가상승률보다 2배가 넘으면 상한제 적용요건이 된다고 봤다. 분양가의 경우 앞서 12개월간 평균 분양가격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2배를 넘어서면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청약경쟁률은 연속 3개월이 아니라 직전 2개월로 바꿨다. 몇 달씩 건너 뛰어 분양단지가 나와도 청약경쟁률을 감안해 지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경쟁률 역시 평균 5대 1, 국민주택규모(전용 84㎡) 이하는 10대 1이 넘어서면 적용된다. 거래량의 경우 기존에는 아파트만 계산했으나 단독ㆍ다세대 등 모든 주택 거래량을 합산해 적용여부를 따진다.
바뀐 기준을 최근 주택시장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상당수 지역에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의 경우 지난 3개월(4~7월) 주택매매가격이 1.5% 올라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0.2%)의 2배를 훌쩍 넘는다. 부산 역시 평균 상승폭이 1.1%로 높은 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은 지난 1년간 평균 분양가격이 5.1%, 14.4% 올라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1.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청약경쟁률 역시 서울ㆍ부산의 대부분 사업장에서 수십대 일, 일부 인기단지의 경우 세 자릿수까지 나온 전례가 있다. 이 같은 가정은 8ㆍ2 대책 이전 일부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대책 후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적용여부는 향후 시장상황에 달려있다.
정부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이달 중 추진해 이르면 다음 달 말께 공포, 곧바로 시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규정을 바꾼 후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고 당시 시장상황과 심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지정할 계획"이라며 "지정 후에는 최초 입주자 모집승인을 신청한 사업장, 정비사업의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주택에 대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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