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아베, 최근 6일 동안 4차례 통화
靑 "文 대통령, 빠른 시일 내에 통화할 것"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북한이 국제 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6차 핵 실험을 강행하면서 핵 보유국 지위에 한 발 더 다가선 가운데 우리 정부는 철저히 무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는 '통미봉남' 기조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의 진화 노력에도 대북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소외되고 있다는 '코리아 패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3일 오후 11시 북한의 6차 핵 실험과 관련해 전화통화를 했다. 아베 총리는 심야 전화통화 직후 "국제사회가 북한에 전례 없이 강력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9시께에도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미일 정상이 하루에 두 번 통화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양국 정상의 전화통화는 지난달 29일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6일 동안 4차례 이뤄졌다. 아베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통화하고 "북한의 폭거가 심각한 위협이라는 현황에 대해 인식을 완전히 공유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대응에 대한 협력도 요청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 등 북한의 핵 실험과 관련한 외교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인 우리 정부와는 거리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실험 강행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말해왔듯이, 한국은 그들의 대북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야당도 '코리아 패싱'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자유한국당)은 북한의 핵 실험과 관련,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한국은) 독자 핵무장까지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 실험의 폭발력이 가공할정도이기 때문에 새로운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제로베이스에서 (남한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코리아 패싱'이라는 용어 자체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3일 브리핑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개최 전과 후에 허버트 맥마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두 차례에 걸쳐 통화해 대책을 협의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양국 정상 간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 도발에 대한 보다 강력한 한미 공조 방안을 협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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