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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번역의 오류 바로잡고 다시 찾아온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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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ounter]번역의 오류 바로잡고 다시 찾아온 어린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이정서 옮김/ 새움/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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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별들이 아름다운 건,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 때문일 거야…."


별과 꽃 한 송이.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 문장이 실린 책을 단번에 떠올릴 것이다. 정답은 프랑스 소설가 겸 비행사 생텍쥐페리(1900~1944)의 명작 소설 '어린 왕자(1943년 발간)'이다. 소행성 B612에서 온 소년이 지구를 비롯한 여러 별을 여행하며 겪는 모험담은 인생과 관계에 대한 소중한 깨달음을 던져주며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하지만 번역가 이정서는 우리가 읽고 기억하는 어린 왕자에 대한 확신을 흔들어놓는다. 그는 신간 '어린 왕자-불어ㆍ영어ㆍ한국어 번역 비교'를 통해 기존 번역서에 담긴 오류를 지적하고 어린 왕자 바로 읽기를 우리에게 권한다.

번역의 세계에서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의 잘못된 해석으로 작품의 메시지가 전혀 달라진다. 그런데 지금까지 50년 이상 수많은 판본과 개정판이 나오면서 별문제 없이 읽어온 어린 왕자에도 숱한 오류가 있다고 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정서는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갖고 어린 왕자를 다시 번역했다. 그는 앞서 2014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올해 4월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오역을 바로잡은 번역서를 내놓으며 학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이정서는 어린 왕자 프랑스어 원문과 영역본(미국 캐서린 우즈 번역본), 기존 한국어 번역본을 세계 최초로 비교ㆍ분석했다. 해부학자처럼 예민한 태도로 원문을 들여다본 그는 영어 번역서를 거쳐 한국어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견고하고 시적인 소설의 세계가 어떻게 굴절되고 왜곡됐는지를, 서문에 해당하는 헌사를 포함한 총 21개 항목에 걸쳐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그는 기존 한국어 번역서가 프랑스어 '너(tuㆍ튀)'와 '당신(vousㆍ부)'의 차이를 무시함으로써 어린 왕자의 섬세함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꽃과의 갈등으로 자기 별을 떠난 어린 왕자는 우주의 여러 별을 여행하고 마침내 지구에 다다른다. 어린 왕자는 지구에서 사람을 찾아 헤맨 끝에 비행기 조종사를 만나고 그와 친구를 맺는다. 이후 두고 온 꽃을 찾아 자기 별로 돌아간다는 게 이 작품의 줄거리다.


이 여정에서 어린 왕자는 여러 생명체를 만나는데, 그때마다 상대방에 따라 낮춤말과 높임말에 해당하는 튀와 부를 구분해 썼다. 가로등지기, 판매업자, 술꾼, 여우 등과의 대화에서는 튀를 쓰고 왕, 교만한 이, 지리학자에게는 부를 쓴다. 또 비행기 조종사인 나와 장미에게는 이 둘을 혼용해 쓰고, 메아리와 나누는 대화에서는 복수형이자 2인칭 존칭인 부를 내세워 "당신들은 누구세요?"라고 묻는다.


이정서는 "영어의 경우 존칭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튀와 부를 모두 '유(you)'로 일원화할 수밖에 없지만 그 속에서 원래의 뉘앙스를 살리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면서 "그러나 우리 번역은 존칭과 비존칭의 차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어의 존칭ㆍ비존칭 표현을 통해 불어의 뉘앙스를 살릴 수 있었음에도 역자들이 임의로 번역을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린 왕자는 '아이'니까 존대를 하고 상대는 '어른'이니까 하대를 했을 거라는 상식에 기댄 번역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나름의 이유도 찾는다.


번역 오류의 또 다른 예로 저자는 작품의 시간적 배경을 언급한다. 프랑스어는 아침에 하는 인사 '안녕하세요(Bonjourㆍ봉주흐)'와 저녁에 하는 인사 '안녕하세요(Bonsoirㆍ봉수와)'를 구별하는데 국내 역자들이 이 모두를 '안녕'으로 통일함으로써 은유와 함축이 담긴 시간적 개념을 배제시킨다는 것이다. 이 외에 2인칭 존칭인 부흐를 일반 사람을 가리키는 '옹(on)'과 같은 뜻으로 해석하고, '어느(quelleㆍ켈)'와 '다른(autreㆍ오트르)'을 구분하지 않는 데서 오는 의미 상실도 짚어낸다. 그리고는 '이러한 오역이 왜 오랜 시간 밝혀지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생텍쥐페리가 어린 왕자를 통해 끊임없이 경계하는 것은 바로 어른들의 시각이었다. 역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는데, 우리 역자들이 바로 그 어른의 시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것이 우리 번역의 비극이었던 셈이다. 어린 왕자 식으로 말하면 애초에 솎아내지 못하면 별 전체를 관통해버리는 '바오밥나무의 비극' 말이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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