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안 및 부동산·북핵 등 변수 많아 연내 금리인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많아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한국은행이 31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경기 여건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고 부동산 시장 규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까지 이어지면 경기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떨어진 후 14개월째 1.25%를 유지하고 있다.
금리 동결의 가장 큰 이유로는 국내 경기의 회복 부진이 꼽힌다. 한은은 그동안 금리인상을 위해서는 완연한 경기회복세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 잇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완연한 경기회복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한은이 지난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에서 올해 2% 후반대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당초 정부에서 기대했던 연간 성장률 3%에 못 미치는 전망이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가 이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거래량이 대폭 줄면서 집값은 상승세를 멈췄지만 주택경기와 건설투자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경기는 국내 경제성장의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기여도가 높다.
이밖에도 미국 금리 인상의 속도조절과 이어지는 북한리스크 등도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꼽힌다.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연내 국내 금리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 9곳 중 7곳은 내년 상반기가 돼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1.50%로 0.25%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IB들 모두 연내 금리 인상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국내 경제전문가들도 대부분 내년 상반기 금리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들의 올해 기준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는 주로 부동산규제 강화가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과 미국 대차대조표 축소 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 하반기 추경 지원 등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물가 안정과 소비경기 회복이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다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가 최근에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도 미뤄지는 모습이어서 한은이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기 때문에 신임 총재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연내 금리 인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내년 1~2월은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종료(3월)를 불과 1~2달 앞둔 시점 이며, 4~5월로 인상시기가 넘어갈 경우 신임 총재가 부임하자마자 급하게 통화정 책을 변경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10~11월 기 준금리 인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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