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어제 새벽, 1918년 이후 99년 만에 펼쳐진 '개기일식'으로 인해 미국과 전 세계가 흥분했다. 1시간30분이 넘게 펼쳐진 보기 드문 우주쇼에 일반인들의 관심도 뜨거웠지만, 무엇보다 과학계와 환경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가장 바깥층인 코로나의 온도만 최대 500만도에 달하는 태양은, 접근할 수도 육안으로 관측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행성이다. 하지만 개기일식은 태양의 대기층을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으로, 태양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절대적인 영향을 생각할 때 이보다 좋은 연구기회는 없는 셈이다.
아직 지구에도 태양만큼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 많다. 지상 500㎞ 상공, 허블 우주망원경이 있는 외기권(exosphere)까지는 갈 필요 없이, 상업용 여객기의 순항고도 1만2000㎞ 상공, 혹은 높이 8846m의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Mt. Everest) 정상도 인간이 숨 쉬기 어렵다. 더욱이 겨울철 온도가 영하 70°C에 이르는 남극을 비롯해 북극, 그리고 깊은 해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인간은 지구를 정복했다고 생각하지만, 지구 입장에서 보면 전혀 아니다. 지구나이는 45억4000만 살이며, 무게는 59해7219경kg이다. 크기는 1만2713.6㎞이며, 적도를 따라 한 바퀴 도는 둘레는 4만75㎞이다. 모든 단위가 상상할 수 없이 크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이 지구의 70%를 이루는 해양을 40% 이상 오염시켰다. 최근 133년간은 지구 평균기온을 0.85°C 상승시켰다. 2000년에서 2012년 사이에만 전 세계 230㎞²의 산림을 파괴했다. 1만 년 전 생성 된 남극의 빙붕은 2020년에는 완전히 소멸 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의 약 60배에 이르는 남극이 모두 녹을 경우 지구 전체 해수면이 약 60~80m 상승하게 된다. 그야말로 인류의 마지막이라고 볼 수 있다.
유엔은 1972년 개최된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스톡홀름 선언을 통해 지구환경의 날을 제정하고 유엔환경계획(UNEP)을 출범시켰다. 산업화와 공업화로 인해 환경이 급속도로 오염되면서, 개발과 환경이라는 상충되는 두 가지 사안을 조화시키기 위해 유엔 주도의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이 후 10년 단위로 환경과 개발을 점검하는 주요 회의를 개최했는데, 1992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개최된 환경개발회의에서는 지속가능발전을 실천하는 리우선언과 아젠다21이 발표됐고, 2012년 유엔지속가능발전회의에서는 그동안의 논의를 묶어 2030년까지의 새로운 목표인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를 공식화하게 됐다. SDGs는 파리기후변화협정과 함께 인류역사상 가장 큰 국제사회 공동 목표로 193개국 정상이 서명했다. 이러한 국제사회 공동목표에 환경부와 외교부는 주무부처로 참여했다.
이번 정부는 유독 환경이슈를 많이 안고 있다. 물 일원화,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미세먼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환경영향평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가 없다. 정치적 이슈도 첨예하게 얽혀있다. 하지만 환경이슈만큼은 '인간 삶의 근본 터전' 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그 어떤 문제보다 정확히 추진해 나가야한다. 자연과 환경은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가장 어려운 문제일 뿐 아니라, 자칫 균형이 깨졌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문제이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서 한 목소리로 해결을 외치는 지구상 유일한 주제이기도 하다. 지금은 지속가능발전 전문가인 환경부 장관과 기후변화 전문가인 차관이 정치적 이슈에 매이지 않고 힘 있게 일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도와줘야 할 때다.
김정훈 UN지원SDGs한국협회 사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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