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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바람과 함께 사라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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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바람과 함께 사라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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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마거릿 미첼은 채 쉰 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숨졌다. 작품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하나밖에 남기지 못했다. 68년 전 오늘인 1949년 8월16일이었다. 그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발표할 때가 1936년이었고 소설의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영화가 만들어진 때는 1939년이었으니 다른 작품을 쓸 시간은 족히 10년은 있었다. 하지만 미첼은 독자들의 열망에도 후속작을 쓰지 않았고 불의의 사고는 그를 평생 하나의 걸작만을 쓴 작가로 만들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Tomorrow is another day)." 타라 농장에서 불타는 노을을 배경으로 스칼렛 오하라가 하는 이 유명한 대사는 미첼이 작가로 남긴 마지막 메시지인 셈이다. 그는 이 마지막 대사를 제목으로 하려 했다. 하지만 출판사의 설득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이 제목은 어네스트 도슨의 시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바람과 함께 사라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도입부에 자막으로 설명돼 있다. "그곳은 신사도와 목화밭으로 상징되는 곳이었다. 이 아름다운 지방은 기사도가 살아 있는 마지막 땅으로, 용감한 기사와 우아한 숙녀, 그리고 지주와 노예가 함께 존재하는, 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꿈처럼 기억되는 과거가 오늘로 살아 있는 곳. 문명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일까?" 노예제를 바탕으로 한 미국 남부의 귀족적인 전통이 남북전쟁이라는 시대의 바람을 맞아 사라진다는 얘기다.


스칼렛의 입장에서 보면 바람과 함께 사라진 이는 사별한 두 남편과 돌연 집을 뛰쳐나간 새 남편 레트 버틀러일 것이다. 남부의 귀족적인 전통을 상징하는 것은 남자다. 여기엔 작가의 삶도 반영돼 있다. 미첼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클리포드 헨리라는 장교와 약혼을 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프랑스에서 전사했다. 1922년 명문가의 자제 베리엔 업쇼와 결혼했지만 그는 알코올 중독에 가정폭력을 일삼았다.


이혼 후 미첼은 애틀랜타 저널의 기자로 일하며 전 남편의 친구이자 AP통신의 편집기자로 일했던 존 마쉬를 만나 결혼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것처럼 그의 인생에 새롭게 등장한 존 마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집필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는 미첼이 사고로 발목을 다쳐 쉬고 있을 때 부지런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줬고 소설을 쓸 수 있도록 독려했다. 1000페이지가 넘는 원고를 정리한 것도 편집자였던 남편이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명작은 미첼이 과거 남자 따위에 메어 살지 않았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셈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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