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학교비정규직 고용 안정 및 처우개선책 발표
두 손 들고 환영하지만 '탁상행정' 비판도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비정규직 중에서도 차별 받던 '비(非)비정규직'이라고 자조하고 살았습니다."
서울 지역의 한 학교에서 배식도우미의 대체인력으로 일했던 김모씨(55)의 말이다. 하지만 김 씨는 올해 만큼은 그동안의 자조와 시름을 덮고 희망을 가졌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학교 비정규직들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처우를 개선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2일 '학교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비정규직 및 간접고용 인력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생활임금(주거·교육·문화 등 기본적인 생활비를 고려해 책정한 임금)을 시급 1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 무기계약 제외대상이던 학교보안관 (1133명), 배식실무사(830명), 돌봄전담사(165명), 사서실무(53명) 등 비정규직 2800여명과 경비원, 청소원, 영양사 등 상시·지속적 업무를 맡는 간접고용(위탁·용역) 근로자 2928명이 대상이다. 비정규직은 다음달 중 실태조사를 거친 뒤, 간접고용 근로자는 현 업체와 계약 종료시점부터 무기계약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계약직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58)씨는 "이제는 재계약을 위해 용역 업체의 눈치를 안 볼수 있게 되는 것이냐"며 "이리 저리 떠돌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겪었던 마음 고생을 덜게 돼 무척 다행이다"고 반겼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안으로 이들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한 뒤 다음해 부터는 본격적으로 임금과 복지 등 처우 개선에 돌입할 예정이다.
모두가 반색하는 듯 하지만 일종의 '탁상 행정'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서울 관악구 A고등학교에서 간접고용 경비원으로 재직 중인 오모(70)씨는 "무기계약 전환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크게 기뻤으나 정작 정년 연장에 대한 내용은 없어 실망했다"며 "간접 고용된 경비원의 경우 대다수가 이미 정년인 55세를 훌쩍 넘긴 이들이라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 씨는 이어 "현재 근무 중인 비정규직 및 간접고용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에 대한 관리 감독도 철저히 해줬으면 좋겠다"며 "경비원의 경우 일선 학교에서는 간접 고용이라는 이유로 거의 주말 및 야간 근무 시간을 인정해주지 않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번 서울교육청의 정책에 아예 포함되지 않은 기간제 교사 및 영어전문강사, 스포츠강사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전국 852개 공공기관의 기간제·파견·용역 근로자 등 비정규직이 전환 대상에 포함된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서도 제외됐다.
지난 2일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당시 박혜성 전기련 대표는 "기간제 교사는 불안한 신분 때문에 방학을 이용한 쪼개기 계약 등의 피해를 받아도 숨죽인 채 살아왔다"며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예외 상황에만 기간제교사를 교육공무원으로 인정하지 말고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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