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주식매각 양도세율 인상 시사…세법개정 역주행
연기금 투자 유인책도 국민세금 위험부담 커져 비관적
지배구조 개편·배당 확대 정책 등 중장기적 대책 필요
[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 문채석 기자] 8·2 부동산 대책으로 갈 곳을 잃은 자금들이 증시로 유입될 수 있을까.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2일 부동산 투자를 주식 투자로 유도하고, 증시 진작을 통해 기업 성장과 내수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언급을 했다. 부동산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묶일 자금들을 국내 주식시장으로 옮겨와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증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로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세제 혜택이다. 세제 혜택을 통해서 주식시장에 거대 자본들을 유입시키고 거래를 활발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하지만 당장 주식시장에 대한 세제혜택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2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통해 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할 때 양도차익에 물리는 양도소득세율을 20%에서 25%로 인상할 것을 시사했다. 대주주 기준도 확대키로 했다. 현행 대주주 기준은 코스피의 경우 지분율 1%ㆍ보유액 25억원, 코스닥이 지분율 2%ㆍ보유액 20억원이며 코넥스와 비상장은 각각 4%에 보유액 10억원, 25억원씩이다. 이 기준을 2021년까지 종목별 보유액 3억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즉 주식보유액 3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양도소득세를 20%만 납부하면 되지만 3억원을 초과할 경우 25%를 세금으로 내게 된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증시 활성화를 위해선 세제 혜택이 가장 강력한 정책적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현재 세금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어떻게 증시로 자금을 흘러들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과 증시 투자 자금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부동산쪽 자금의 증시 유입을 낙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안 원장은 "부동산은 비교적 위험이 낮고 수익이 높지만, 주식은 위험 대비 수익률이 낮은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오히려 부동산 자금은 예금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의 투자 자금 확대를 유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구시대적이고 비현실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대부분이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증시의 안전막이 되게끔 해주겠다는 것은 국민연금에 시장조정기능을 일정 부분 부여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국민들이 납부하고 있는 세금에 대한 위험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제 혜택과 연기금 투입이라는 단기 처방 대신 증시 체질을 개선해 장기적으로 자금을 유도하겠다는 그림은 유효해 보인다. 실제로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 정책 등은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줘 코스피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더구나 국민연금이 올해 안으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의사를 밝히는 등 연기금들이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나설 경우, 지배구조 개편, 배당 확대 등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가운데 오는 4분기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여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 배당이슈가 재유입될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 개편은 중장기적인 면에서 국내 증시 상승 탄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요소다. 그간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와 이에 따른 불투명한 경영은 국내 주식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삼성그룹과 롯데그룹 등이 지주사 전환 계획 등을 밝히면서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 받는 기업들의 주가가 뛰어올랐다.
무엇보다 주식이라는 상품이 위험 부담에 비해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코스피는 2011년부터 올 초까지 긴 시간 동안 '박스권'에 갇힌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식투자는 금물'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그러나 올해 기업이익이 개선되고 글로벌 경기 환경 변화와 더불어 국내 정치적 리스크까지 해소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지수 상승이라는 신기록을 써냈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21.14%에 달한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높은 주식 상승률을 바탕으로 위험부담은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기대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배당주 관련 상품, 채권형 상품, 주식결합형 상품 등을 다양하게 개발한다면 주식투자에 대한 흡인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예금 상품에 몰려 있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주식 투자를 허용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ISA의 비과세 금액을 기존 200만원에서 300만원(서민형은 2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렸지만 여전히 주식에 대한 투자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1년 여간 업권별 ISA의 수익률을 보면 은행이 3.8%, 증권사는 6.2%로 증권사들이 수익률은 높았다"며 새 정부가 가입 대상과 세제 혜택을 확대해 도입하려는 ISA 시즌2에는 증권형 상품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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