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임금 높이거나 근로시간 줄여 일자리의 질 개선하면 큰 폭 세제혜택"
최저임금 책정범위 재논의, 지급여력 높일 中企 경쟁력 향상 등 근본 변화 필요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정동훈 기자]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하면서 업계가 받은 최저임금 타격이 일정부분 만회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최저임금 책정 범위 재논의, 대기업 납품단가 조정 등을 통한 실적 확대 기반 마련,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임금을 높이거나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의 질을 개선한 중소기업의 세제혜택이 대폭 확대된다. 중소기업의 고용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다.
직전 3년 평균 임금증가율을 초과하는 임금증가분에 대해 10%(대기업 5%) 세액공제를 해주던 '근로소득증대세제'의 세액공제율은 20%로 높아진다. 적용기한도 2020년까지 일몰을 3년 연장한다. '고용증대세제'도 신설된다. 근로자 1명을 채용하면 2년간 최대 2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현행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청년고용증대세제를 통합시켜 재설계한 것이다. 경력단절여성 등을 재고용할 경우 세제지원도 확대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는 현 1인당 7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된다. 중소기업이 근로시간을 줄이고 시간 당 임금을 인상하면 임금보전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50%에서 75%로 높인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신설된 고용증대세제는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과 다른 고용·투자지원 제도와의 중복적용을 허용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기업·소상공인 공제부금을 임의로 중도해지 시 적용되는 기타 소득세율 인하, 개인 음식점업의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율 상향 등은 영세소상공인의 세부담 경감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 같은 세제혜택 확대가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름하는 주체는 소상공인을 비롯한 다양한 경제주체인데다 중소기업들 역시 생존의 기반이 되면서 지급 여력을 높여줄 수 있는, 매출 확대와 같은 실적 개선이 보다 근본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세제개편안은 일시적인 부양책"이라며 "혁신적인 성장을 내세우지 않으면 선순환되지 않는 단기모델로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을 줄여주는 것으로 혁신이 가능하지는 않다"며 "아직 초기단계라 중소기업 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원장은 "중소기업 세제혜택 확대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며 "이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으로 구직자들이 몰릴 수 있게 하는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반발을 이어왔다. 내년 최저임금 7530원에 유급휴일을 포함한 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을 곱해 구한 월급 환산액은 157만3770원이다.
이정희 중소기업학회장은 "이번 세재개편을 중소기업 최저임금 부담 경감, 일자리 창출을 해결하기 위해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세제개편안은 기본적으로 대기업과 고소득층들에게 걷는 세수를 늘리는 것이 골자"라며 "중소기업의 최저임금 인상 부담, 일자리창출 등은 이번 세재개편을 통해 마련돼 세수를 통해 지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요구하는 최저임금 책정범위 재논의 등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며 업종·지역별 차등 지급, 식비·숙소 지원 등을 포함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기찬 교수는 "최저임금제도의 글로벌화를 이룬다고 얘기하는데 미국 등 주요국들은 퇴직금, 주휴수당 등 부가수당이 없다"며 "한국은 여전히 이런 수당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올려 중소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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