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푸르트방겐 대학 연구결과 "소독 후 더 강해진 세균 번식, 주 단위 교체가 정답"
설거지용 수세미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거나 끓는물에 집어 넣어 살균 소독하는 가정이 많다. 하지만 이같은 방법이 실은 별로 쓸모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푸르트방겐대학의 마르쿠스 에거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14개 가정에서 수거한 식기용 수세미의 미생물 서식 형태를 조사했다. 수세미의 상·하단에서 채취한 DNA 샘플을 3D 레이저 스캐닝 현미경으로 살펴 입체 모형화하는 작업도 뒤따랐다.
수세미에서 발견된 22만개의 DNA 서열을 조사한 결과 9문 17강 35목 73과 118속의 미생물이 발견됐다. 수세미 1㎤에 존재하는 세균 세포의 수는 250억~540억개에 달했다. 가장 많은 순서대로 상위 10개 중 5개는 질병과 관련 있는 박테리아였다.
그중 모락셀리스에이(Moraxellaceae)라는 박테리아가 전체 미생물의 36%를 차지했다. 이 미생물은 주로 옷이나 주방 가구에 악취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락셀리스에이는 사람 피부나 의류, 세탁기 속, 주방의 전 영역에 서식하며 내성이 있어 선반이나 수도꼭지를 깨끗이 닦는다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외에 대장균, 살모넬라균, 비브리오, 헬리코박터 등 다양한 병원체가 포함된 프로테오박테리아문(門)과 박테리아로 인한 감염을 일으키는 박테로이데스문 등 질병과 관련된 미생물이 포함됐다.
연구팀에게 수세미를 기증했던 이들 중에는 수세미를 전자레인지에 넣거나 뜨거운 물에 정기적으로 살균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제대로 소독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제때 살균소독을 한 수세미도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했을 때 세균이 현저히 적은 건 아니었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살균소독을 한다고 해도 미생물의 60% 정도만 제거할 수 있을 뿐이다. 오히려 살균 소독하지 않은 수세미보다 질병과 관련 있는 세균이 많을 때도 있었다.
연구팀은 "살아남은 세균이 즉시 번식을 시작하며 살균처리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균처리를 할 수록 더 강한 세균이 빠르게 늘어난다는 의미다. 연구팀이 제시한 해법은 '수세미를 주 단위로 정기적으로 교환하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됐다.
아시아경제 티잼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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