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유튜브·넷플릭스에 10Mbps 속도제한
망중립성 원칙 폐지 현실화 우려 확산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자사 가입자의 유튜브와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에 10Mbps의 속도제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원칙을 놓고 진통이 계속되는 미국 이동통신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21일(현지시간) IT전문매체 더버지는 "버라이즌이 자사 가입자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속도 제한을 걸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버라이즌 대변인은 "지난 며칠 동안 버라이즌의 네트워크에서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네트워크 테스트를 진행해 왔다"면서 "테스트는 곧 완료될 예정이다. 고객들의 동영상 시청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버라이즌 가입자들은 "최근 동영상 서비스가 느려졌다", "고화질로 보면 끊겨서 볼 수가 없다"는 불만이 토로해왔다.
더버지는 "버라이즌은 자사 고객들이 실제 경험하고 털어놓는 불만과는 전혀 동떨어진 얘기를 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최적화가 아니라 명백한 속도제한에 걸려서 불편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어 "동영상 속도 측정기로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속도를 측정했을 때, 다른 동영상 플랫폼과 비교해 현저히 느렸다"고 말했다.
버라이즌은 "고객의 통신서비스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 테스트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일부 플랫폼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이용자들에게 10Mbps의 속도 상한이 적용됐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1080P 비디오는 HD화질이며, 10Mbps로 재생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더버지는 "고객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일부 플랫폼의 속도를 조절한 것"이라면서 "망 중립성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망에서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인터넷망사업자(ISP)가 데이터의 내용·유형·기기·양과 관계없이 이를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뜻한다.
트래픽이 다량 발생한다고 해서, 해당 플랫폼에 속도제한을 걸거나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이 원칙은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시절에 '오픈 인터넷 규칙'을 통해 정립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현 행정부는 취임 초부터 이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3일에는 넷플릭스,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 등 IT기업들이 이례적으로 온라인에서 함께 시위를 벌였다. 이들 기업은 철저한 망중립성 원칙 아래서 눈부신 성장을 이뤄왔다.
넷플릭스는 홈페이지에 "인터넷 자유를 지키고 망 중립성을 보호하자. 행동에 나서자"라는 광고 배너를 걸었다. 이 배너를 누르면 인터넷협회의 망 중립성 정보 페이지로 연결된다.
망 중립성의 최대 옹호자인 구글은 트위터를 통해 "열린 인터넷은 모든 이가 자신을 표현하고 혁신하며 경쟁하도록 해준다"며 "망 중립성 보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망 중립성 논쟁은 한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통사가 큰 비용을 투자해 마련한 통신망에서 콘텐츠 사업자들이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며 이익을 거둬간다는 주장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월 2017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회의에서 '돈은 통신사 다 투자하고, 과실은 OTT·콘텐츠사업자가 다 가져간다'는 말이 내내 나왔다"면서 "최근에는 국내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업자들도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털 업체들은 망 중립성이 완화되면 인터넷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