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제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 소감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자국이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을 여과 없이 그대로 말한 것은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임이 분명하지만, 굳이 대통령의 언어로 공식 확인까지 해야 하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1일 G20 정상회의 참석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제사회의 합의가 쉽지 않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도 북핵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과, 당장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를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G20에서 중국·러시아 등 강대국 간의 팽팽한 기 싸움을 직접 접하며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한국 대통령으로서 실망과 한계를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과 국제 사회에서 한반도가 처한 상황을 대통령이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국민 사기를 저하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직설적인 화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회 연설에서는 청년실업을 언급하며 ‘국가적 재난’이란 표현을 했다. 앞서 국방부 사드 배치 보고 누락 논란에 대해서는 ‘충격적’이란 말도 했다. 그런가 하면 비정규직 해법에 우려 목소리를 낸 경총에 “반성 먼저 하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화법은 그의 오랜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소통 등 화법 전문가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직설법·단문형· 비유법을 즐겨 사용하는 ‘열정적 선동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직설법은 발언하기 전 잠시 생각을 정리하거나 빙빙 돌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내뱉고 보는 스타일로, 달변가나 다변가, 선동적인 개혁가형 지도자들에게 자주 발견된다고 알려졌다. 이런 화법은 메시지가 명확해 듣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파고드는 호소력이 있지만, 반면 과격한 느낌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합리적인 화법이 필요한 이유다.
아시아경제 티잼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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