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관계자 “높은 목표치 잡고 무리하게 성장 추구하다 문제 발생”
이명박 정권 ‘7·4·7 공약’, 박근혜 정권 ‘4·7·4비전’
성장률 목표치 걸고 ‘드라이브’…두 정권 모두 달성 실패
“경제정책 화두는 성장과 분배 모두 중시하는 착한 성장”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집권 기간 동안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숫자로 나타나는 성장률에 집착하지 않고 국민의 실제 삶이 나아지는 ‘착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경제 정책을 수립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성장률이 높아도 양극화가 심화되거나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면 성장률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 경제팀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과도한 목표치를 잡고 무리하게 성장 정책을 추구하다가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은 성장률 목표치를 내걸고 성장 드라이브를 걸었던 보수 정권의 경제 정책 방향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7·4·7 공약(7% 경제성장률·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강국)’을 내걸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인 2014년 이른바 ‘4·7·4 비전(잠재성장률 4%'와 '고용률 70%'를 달성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을 제시했지만 모두 성장률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의 경제 관련 공약을 발표하면서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기존처럼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하고 성장 중심으로 가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한다. 과거 60년의 경제성장 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경제 정책의 화두는 성장과 분배를 모두 중시하는 착한 성장”이라고 말했다.
‘착한 성장론’은 성장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중시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성장이냐 분배냐 중에서 선택해야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며 "성장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고 성장과 함께 분배도 똑같이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가면 정권 말에는 0%가 될 수도 있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의미 없다는 뜻”이라면서 “2% 후반의 성장률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제팀이 성장률 보다 성장의 질을 중시하는 이유는 양극화와 저성장으로 요약되는 현 경제 상황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경제정책으로는 한국경제가 처한 구조적인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간담회 강연에서 “언론과 국민은 경제성장률로 정부를 평가하기 때문에 정부도 성장률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양극화가 심해지면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은 문 대통령에게도 보고됐고, 오는 21~22일에 열릴 예정인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관련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매년 본격적인 예산편성에 앞서 국무위원과 민간전문가 등이 모여 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특히 정부 출범 후 열리는 첫 재정전략회의는 새 정부 집권 기간 동안 재정운용의 큰 틀을 제시하는 자리라는 의미가 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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