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 앞둔 전국 시도교육청에 영향 예상
조 교육감의 직권 넘어선 정치적 판단 지적도 나와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세월호 시국 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 철회를 결정했다. 시·도교육청 중 징계의결 요구 자체를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교사에게 기계적인 '정치적 중립'을 요구했던 분위기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조 교육감의 다소 무리한 '정책적 판단'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려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받고 검찰 수사를 받은 교사 10명에 대해 징계를 하지 않겠다고 11일 밝혔다. 이 날은 해당 교사들의 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조 교육감은 "새 정부 출범 등 변화된 상황에 비춰 볼 때,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와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등의 의견을 표명하는 교사의 시국선언은 용인될 수 있음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교육청은 조 교육감의 이번 결정에 이어 향후 유사한 사례에 대해서도 징계의결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으로 교사의 시국선언 등 정치적 표현에 대해 금기시되는 분위기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강원, 경남, 전북, 전남, 세종, 경기(일부) 등의 지역 교육청은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징계위를 아직 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지역 교육감들은 대부분 조 교육감과 마찬가지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만큼 징계를 철회할 또 다른 카드가 생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교육부는 세월호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을 2015년 6월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월 시국선언 교사 287명에 대한 기소유예, 약식기소, 불구속 기소 등의 처분 결과를 각 시·도교육청에 통보했다. 충청북도교육청은 징계위를 열지 않고 징계를 묻지 않겠다는 '불문'처리를 했다. 대전과 경북(구미), 경기도(일부) 지역은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하지만 조 교육감의 결정이 교육감 재량 범위를 넘어선 '정치적 권한 행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독립 사법기관인 검찰이 수사해 통보한 내용에 대해서 징계위원회를 열고 징계를 결정한다는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 정치적 결정"이라며 "특히 이번 사안의 정치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 학교 현장에 혼란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교육청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교사들의 세월호 시국선언을 교육공무원징계양정등에관한규칙(교육부령) 2조 3항에 따른 '직무와 관련이 없는 사고로 인한 비위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판단, 징계 의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교육청의 결정에 대해 관계 부서에서 교육부의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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