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 실태' 감사 결과
관세청, 평가점수 부적정 산정…'한화·두산' 수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로 특허 추가…'롯데' 선정
관련자 10명 징계 요구…천홍욱 관세청장 수사요청
K스포츠·미르재단 연관성 확인 못해…과제 남겨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관세청이 2015년 시내면세점 특허를 심사하면서 매장면적 등을 부적정하게 점수화해 롯데 대신 한화·두산이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것으로 11일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또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늘리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기초자료를 왜곡, 1개면 충분한 신규 특허를 4개로 확대해 경영 환경을 악화시켰다.
감사원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세청은 자신들이 시내면세점 신청 업체의 사업계획서, 세관장 검토의견서 등을 기초로 계량항목 평가점수를 산정해 제공하면, 특허심사위원들이 별도 검증 절차 없이 이를 바탕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허점을 악용했다.
관세청은 2015년 1월 서울에 시내면세점 특허 3개를 신규 발급하면서 평가점수를 조작했다. 관세청 서울세관은 '세관장 검토의견서'를 작성하면서 한화 시내면세점이 들어설 곳의 공용면적을 매장면적에 포함시킨 반면, 나머지 업체들은 매장면적과 공용면적을 구분했다. 이로 인해 한화는 해당 항목의 순위가 1계단 상승했다.
'법규준수도' 점수를 산정하면서도 한화에게만 특혜를 줬다. '법규준수도'를 정당하게 산정하기 위해선 보세구역운영인 점수(89.48점)와 수출입업체 점수(97.9점)의 평균(93.69점)을 내야 하는데, 점수가 더 높은 수출입업체 점수만 반영해 한화의 평가총점이 150점 과다 부여됐다.
반면 관세청은 롯데에 대해선 기준 자체를 잘못 적용했다. '중소기업제품 매장 설치비율' 항목은 전체 매장면적 중 중소기업제품을 판매하는 매장면적의 비율을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롯데는 통로구역을 제외한 '영업면적'의 비율을 적용해 평가 점수가 100점 적게 부여됐다.
2015년 말 특허기간이 만료되는 시내면세점의 후속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됐다. 당시 새 사업자로 신세계, 롯데 소공, 두산이 선정됐다. 관세청은 이들 업체를 선정하면서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을 최근 5년 실적을 제출토록 하고도 2년 간의 실적만 반영해 롯데 잠실이 손해를 봤다.
관세청은 또 '매장규모의 적정성' 항목을 평가할 때 순위당 10점씩을 차등해야 하지만, 8점씩 차등해 두산이 유리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롯데 잠실은 총점이 191점 적게 부여됐다. 롯데 잠실은 정당하게 평가 받았다면 38.5점 차이로 특허권을 따낼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두산이 104.5점 차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2016년 신규 특허 발급 과정에선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해 편법으로 특허 수를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발급하라고 지시하자, 경제수석실의 지시를 받은 기획재정부는 관세청과 협의도 없이 5~6개를 추가하겠다고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전문기관 용역 결과 신규 특허 수는 최대 1개였다. 그러나 기재부와 관세청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시내면세점 특허 4개를 추가하도록 하고, 근거 마련을 위해 점포 당 매장 면적, 외국인 관광객 증가분 등 기초자료를 왜곡했다. 시내면세점이 급증하면서 2015년 이후 개점함 서울 시내면세점의 영업손실이 1322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관세청은 지난해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신청 업체로부터 제출받은 사업계획서 등 기록물을 폐기하는 불법도 저질렀다. 감사원 관계자는 "관세청이 관련 자료들을 상당 부분 폐기해 해당 업체들로부터 서류를 다시 받아야 하는 과정 때문에 감사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세청 관계자 등 10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당시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책임자였던 김낙회 전 관세청장과 최상목 전 기재부 1차관은 인사혁신처에 인사자료를 통보했다. 관련 서류를 파기토록 한 천홍욱 관세청장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다만 감사원은 관세청 직원들과 해당 업체들과의 부당한 거래나 K스포츠·미르재단과의 연관성도 밝혀내지 못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관세청 직원들은 여러 항목의 점수 산정 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다"며 "관련자들이 정확한 진술을 안 해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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