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국정농단' 사태의 두 축으로 꼽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법정조우가 또다시 불발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비공개 독대 이후 약 1년5개월 만에 법정에서 마주할 예정이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왼발 통증을 이유로 공판에 나오지 않았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뇌물수수 혐의 공판을 열고 박 전 대통령이 이날 불출석 의사를 전달하고 출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측 채명성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주 금요일 왼발에 심하게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재판에 출석했다"며 "이후 토요일에 접견을 가보니 상태가 좀 더 심해져서 거동 자체가 상당히 불편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채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신발을 신으면 통증이 아주 심해지고, 가만히 있어도 통증 때문에 밤에 잠도 잘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고 오늘 재판 출석할 경우 상태가 악화될 우려가 있어서 조금이라도 치료를 하기 위해 오늘 불출석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일에도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건강 문제를 이유로 증인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분리하고 이날 오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를 불러 최씨를 상대로만 증인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삼성 측 피고인이 증언거부사유 소명서를 제출하고 박 전 대통령 공판에서 모든 증언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조서의 진정성립에 대해 증언할 경우 피고 뿐 아니라 공범관계에 있는 증인들 역시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며 "증인들이 증언거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삼성 측에 유리한 사실에 대해선 증언을 거부할 수 없다는 특검의 주장 역시 특검의 질문이 그 것을 탄핵하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증인들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이 같이 결정함에 따라 이 부회장 등은 이날도 특검팀의 모든 증언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팀은 삼성 측 피고인들이 조직적으로 증언을 거부하는 것은 실체 규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허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미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박 전 사장 등 삼성 전직 임원들은 '자신의 형사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증언을 거부한 바 있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정유라 승마 지원' 등 수백억원대 뇌물을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는 대가로 뇌물을 공여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삼성 측은 두 사람 간에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은 없었고, 특검이 제기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도 전혀 없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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