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구조조정 중인 기업이 채권단에 소송전을 선언하고, 지역정서를 동원한 여론전에, 상표권 분쟁으로 인한 매각 지연과 법정관리 거론, 일부 채권은행들을 상대로 한 매각 무산 지원 약속까지.
금호타이어 매각작업이 원주인과 채권단의 극한 대치로 1년 가까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선매수권을 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측의 공격과 그룹의 돈줄을 죈 산업은행의 반격으로 금호타이어 매각은 복마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채권단 "거절 명분 없을 것"…박 회장측 "이사회서 논의"= 이번 매각의 최대 관건인 상표권 사용 조건과 관련해 채권단은 박 회장측에 최종안을 제안한 상태다. 박 회장의 비협조로 매각이 무산될 경우 채권단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경영권과 우선매수권을 박탈하고, 그룹에 대한 채권회수 등 필요한 모든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7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당초 더블스타가 제시한 상표권 사용조건(사용요율 0.2%, 5년 사용 후 15년 추가 사용 가능)에 따른 계약 체결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채권단이 결정한 사용요율은 유지하되, 박 회장측이 요구한 사용요율과의 차액(847억원)을 현금으로 보전해주기로 했다. 보전기준으로 사용요율은 0.5%, 보전기간은 12.5년으로 박 회장측의 요구(사용요율 0.5%, 20년 의무사용) 일부를 수용키로 한 것이다.
채권단이 박 회장측 의견을 최종안에 반영한 것은 '더 이상 거절할 명분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채권단은 "사용여부와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20년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하는 것은 과거 금호그룹 계열사 매각시 조건 등을 감안할 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요구지만, 상표권 협상을 시일 내 마무리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이날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경영평가를 2015년에 이어 D등급으로 확정하고 박 회장 등 경영진에 통보했다. 2년 연속 경영평가가 D등급 이하일 경우 채권단은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다.
채권단은 이같은 내용의 상표권 사용 조건을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에 통보하고 13일까지 회신해줄 것을 요청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공문을 접수해 검토 중"이라면서 "상표권 사용 조건은 금호산업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으로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마전의 시작...우선매수권이 뭐길래= 금호타이어 매각전이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우선매수권'이 있다. 우선매수권은 지난 2010년 산업은행이 박 회장에게 부여한 것이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무리한 인수로 그룹 전체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금호타이어를 비롯해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등 주력 4개사는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다.
당시 금호타이어의 경영정상화를 전제로 금호타이어를 되사갈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이후 박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경영실패의 책임을 져야 할 구조조정 기업 원주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한 전례가 거의 없었던 만큼 특혜 시비도 일었지만, 박 회장이 회사를 정상화시킨다는 전제로 강행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경영상황은 워크아웃 이전보다 악화됐고, 중국법인을 비롯한 회사의 유동성 등 재무상태는 자구적인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 이런 상황에서 상표권 사용료를 올려달라는 박 회장의 주장에 채권단 내 분위기도 험악해지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의 실적과 재무상태는 오히려 워크아웃 이전보다 악화됐지만 박 회장은 채권단이 위임한 대표이사 지위를 져버리고 우선매수권자로의 지위만 이용해 매각방해 행위를 이어왔다"면서 "박 회장이 상표권으로 매각방해 행위를 계속 이어갈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과 박 회장이 체결한 우선매수권 약정서 상에는 '박 회장이 채권단의 매각을 방해할 경우 일방적으로 약정을 해지할 수 있다'는 해지 조항이 있다. 또 채권단이 약정을 해지한 경우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은 발생되지 않거나 이미 발생한 경우에도 소멸하고, 박 회장은 어떠한 이의도 제기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망가진 금호타이어...중국법인 회생이 관건 = 박 회장은 중국 법인의 자체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더블스타로의 매각 무산시 중국사업의 별도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술과 브랜드 제공을 통해 일정 기간 영업을 보장한다는 조건하에 매각을 해 일부 자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최근 채권은행을 차례로 만나 이같은 내용을 제안했다.
하지만 중국 사업 매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채권단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불발되면 중국 내 채권회수 압박이 현실화 되고, 영업지속이 불가능해 원매자 확보 조차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현지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채권액 규모는 약 6000억원 수준이다. 6000억원에 대한 채권 회수가 들어올 경우 본사 재무구조 악화와 채권단의 추가 지원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