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트럼프 대통령, 정상 회담 후 한미공동성명 채택
A4용지 5장 분량 4666자 분량…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2배 분량
45개 문장 중 38개 문장은 '두 정상(the two leaders)'이 주어
'트럼프'로 시작하는 5개 문장, 한미동맹·대북정책 관련 중요한 의미 담아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이설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고 채택한 한·미공동성명(Joint statement between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Republic of Korea)은 이번 회담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결과물이다.
이번에 발표된 공동성명은 ① 한·미 동맹 강화 ② 대북 정책 관련 긴밀한 공조 지속 ③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자유·공정무역 확대 ④ 여타 경제 분야에서의 양자 협력 증진 ⑤글로벌 파트너로서 적극적 협력 ⑥ 동맹의 미래 등 총 6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청와대는 공동선언 발표 후 “향후 5년간 양국이 추구해나갈 한미 동맹 발전 방향을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우리말 기준으로 A4 용지 5장 분량인 한미공동성명은 45개 문장, 4666자로 돼 있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채택된 공동성명의 약 2배 분량이다.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채택한 ‘한·미 동맹 60주년 공동선언’은 26개 문장, 2364자로 구성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이 2009년 6월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채택한 ‘한·미 동맹 미래비전’은 25개 문장 2019개였다.
이번에 채택된 공동성명 44개 문장 중 37개 문장의 주어는 ‘두 정상은(the two leaders)’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이다. 두 대통령이 합의하고 앞으로 추진할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이기 때문에 그렇게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주어가 ‘트럼프 대통령’인 문장은 5번 나온다. 이전에 채택된 한미공동성명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것이다. ‘한·미 동맹 60주년 공동선언'과 ‘한·미 동맹 미래비전’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주어인 문장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한민국’이 주어인 문장은 각각 1개이다.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와 한·미 군사위원회회의(MCM) 등 정례 협의 채널’이 주어인 문장도 한번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은...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을 초청했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을 제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어인 4개 문장은 한미동맹, 대북 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공동성명의 4번째 문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어떠한 공격으로부터도 대한민국을 방어할 것임을 재확인하였으며’라고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對韓) 방어 공약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의미이다.
‘북한 정책에 대한 긴밀한 공조 지속’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어인 문장이 2번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한반도 문제의 한국 주도와 남북 대화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철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다. 두 가지 문제가 공동선언에 언급된 것은 이번 회담의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 통일 환경 조성에 있어 우리의 주도적 역할과 남북간 대화 재개 관련 우리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미동맹강화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래식과 핵 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여 대한민국에게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민국'이 주어인 문장은 안보와 관련된 내용이다. ‘대한민국은 상호운용 가능한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및 여타 동맹 시스템을 포함하여, 연합방위를 주도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방어, 탐지, 교란, 파괴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군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것이다’라고 돼 있다.
문 대통령이 주어인 문장은 공동성명 끝에서 두 번째 문장에서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연내 방한을 초청하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기쁘게 수락하였다’라고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연내 방한을 합의한 것도 이번 회담의 성과라고 청와대는 자평하고 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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