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오너 대신 전문경영인 참석으로 가닥…대한상의 주도로 이르면 22일 공정위원장·4대그룹 회동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최고위급 전문경영인이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그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간담회에 나설 '대표 선수'를 선정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전문 경영인이 참석해주도록 요청한 상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19일 4대그룹과 우선 만남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이런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자마자 양측의 회동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르면 22일, 늦어도 23일에는 김 위원장과 4대 그룹의 면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 있을 때부터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로 평가받았던 김 위원장과 4대 그룹의 만남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띄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은 검찰개혁처럼 시급하게 추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그의 평소 소신을 고려할 때 '개혁 드라이브'는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런 김 위원장과 4대그룹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소통의 자리' 이상의 의미를 띨 수밖에 없다. 공정위원장과 4대그룹의 만남은 특별한 일은 아니다. 공정위원장이 바뀔 경우 관례적으로 주요 기업과의 만남을 통해 정부 정책의 큰 흐름과 바람직한 개선 방향에 대한 당부를 기업 쪽에 전하곤 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에도 당시 강철규 공정위원장과 4대 그룹의 회동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룹의 오너들이 공정위원장과 직접 만났다. 구본무 LG회장을 시작으로 최태원 SK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 이어 이건희 삼성 회장이 공정위원장을 만나 정부의 시장개혁 로드맵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초기부터 4대그룹과의 회동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의 미국 순방 등 시급한 현안 등을 고려해 각 그룹을 대표하는 실무 책임자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 오너와의 만남 등 형식보다는 실질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실무형 만남에 방점이 찍혀 있다.
4대그룹은 이번 간담회가 의미가 남다른 자리라는 점에서 누구를 대표 선수로 내세울 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외 협력 담당 사장이 공석이라는 점에서 적당한 인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부회장)이 사실상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다른 그룹의 대응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회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른 그룹들은 대부분 사장급 인사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도 경영 전반에 이해가 깊은 사장급 인사가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누가 면담 자리에 나설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정진행 사장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SK그룹도 전문경영인이 참석할 예정이지만, 누가 나설 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LG그룹은 하현회 ㈜LG 사장이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확정 단계는 아니다.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 쪽에서 가능한 빨리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보인 만큼 4대그룹 쪽에서도 발 빠르게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식 요청이 들어오면 대상자 선정 작업은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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