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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수요일] 검증대 오른 3人…김이수·강경화 정조준(종합)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48초

김이수 "5·18 판결, 평생 괴로움"


강경화 "근거없는 의문점 밝힐 것"

野, 후보자 검증 맹공세


김동연은 무난하게 통과할 듯

김상조 보고서 채택 지연


14일 김부겸 후보자 청문회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성기호 기자, 김보경 기자, 유제훈 기자, 부애리 기자, 전경진 수습기자, 정준영 수습기자, 문채석 수습기자] 입을 굳게 다문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오른손으로 얼굴을 잠시 감싸는 순간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봇물을 이뤘다. 김 후보자는 멋쩍은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시 후 길게 얼굴을 감싼 김 후보자는 무언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듯 연필을 쥐고 몇 글자를 적었다. 감색 정장 차림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착용한 그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선서를 했다. 청문회장의 긴장감도 잔뜩 고조됐다. 이어진 모두발언에선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군 검찰관으로 주검들을 검시하고, 군 판사로 민주화운동 재판을 했다"며 "이 경험이 제게 평생 괴로움으로 남아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시각,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발을 가지런히 모은 채 책상 위의 자료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시종일관 입을 다물고 차분한 모습을 내비친 그는 "양심에 따라 숨김,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할 것을 맹세한다"며 청문회 선서를 마쳤다.


'슈퍼 수요일'로 불리는 7일 김 후보자와 강 후보자를 비롯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라는 검증대에 섰다.


이날 국회에선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모두 8개의 상임위원회가 꾸려졌다. 후보자 3명을 검증할 상임위 3곳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일정을 논의한 정무위(간사 간 협의)가 열렸다. 또 현역 의원 등 4명의 각료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을 논의할 상임위가 열려 오는 14일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일정을 가장 먼저 합의했다. 이날은 문재인 정부의 초반 성패를 가름할 분수령인 셈이었다.


야당은 이날을 '블랙 수요일'로 규정했다. 위장전입, 세금 탈루, 자녀의 이중국적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낙마 1순위'로 거론돼온 강 후보자는 이날 자신을 둘러싼 각종 도덕성 문제와 관련, "과거 저와 제 가족의 사려 깊지 못한 처사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다만 그는 "청문 준비 도중 신변과 관련해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돼 깊이 사과드릴 부분이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의문도 제기돼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소상히 말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자유한국당은 청문회 초반 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국민의당은 청문 지원팀 실무 인력을 뺀 외교부 직원들은 회의장에서 퇴장할 것을 요구하면서 기 싸움을 벌였다. 강 후보자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외교 현안에 대해선 자신의 소신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김이수 후보자는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군법무관으로 복무하면서 불거진 판결 논란과 관련, "제 판결의 결과로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헌재소장이라는 막중한 지위를 생각할 때 5ㆍ18 판결에 대해선 철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하고, 피해자와 국민에 사과해야한다'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


다만 그는 "법무관으로서 당시 4명의 경찰이 돌아가신 슬픔과 아픔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었고, 또 주어진 실정법의 한계를 넘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또 "5ㆍ18은 굉장히 괴로운 역사였다"며 "헌정질서 파괴행위에 대해 무죄라는 재심판결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5ㆍ18 당시 시민군이 장악한 버스를 운전해 경찰 4명을 숨지게 만든 버스 운전사에게 사형을 선고했었다.


한국당은 김 후보자가 5ㆍ18 당시 버스를 운전해 경찰 4명을 숨지게 한 버스 운전사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시민군에 참여한 여고생에게 징역 1년, 계엄군에 맞선 마을 이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판결한 점을 문제 삼았다. 또 당시 사형을 선고받은 운전사의 아내를 참고인으로 불렀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제1야당이던 2015년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수사 검사였다"는 이유로 사퇴를 요구한 전례를 들어 동의안 불가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청문회에선 김 후보자의 상습 교통법규 위반도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주정차 위반, 속도위반 등 교통법규를 34차례 위반했다. 특히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한 기간에도 8차례나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이 드러났다. 또 아들의 음주운전, 부동산 투기ㆍ증여세 미납 의혹도 불거지면서 도덕성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김동연 후보자의 경우 여야 의원들은 "몇 가지 의혹은 있지만 낙마시킬 정도는 아니다"면서 공세의 수위를 조절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 "여러 재정 여건과 국회에서 합의된 정신을 감안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면서 정책적인 측면을 앞세워 야당의 공세를 피해갔다.



한편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는 난항을 거듭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정무위의 교섭단체 4당 간사회의에서 예정됐던 전체회의를 오는 9일로 순연하자고 제안했지만 한국당 등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정무위 간사인 김관영 의원은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시간을 두고 (김 후보자 측의) 자료가 오면 다시 한 번 판단해보자는 것이었는데 다른 두 당(한국당ㆍ바른정당)은 지금 사정만으로도 채택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는 정무위 간사 간 합의가 필요한 만큼 이날 전체회의가 열리더라도 구체적 논의가 진행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김 의원은 "(다른 야당이) 회의를 열어 의원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판단하겠다고 한다"며 "(보고서를) 채택하려면 간사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그러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전경진 수습기자 kjin@asiae.co.kr
정준영 수습기자 labrie@asiae.co.kr
문채석 수습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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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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