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당국, 호텔서 한국인 1명 포함 시신 총 36구 수습…용의자도 사망
탈출 못해 욕실서 숨진채 발견된 여성 많아
경찰, CCTV 영상 확인 결과 테러가능성 낮다고 판단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국제공항 인근 복합 리조트에서 2일(현지시간) 새벽 발생한 총격·방화 사건의 사망자가 36명으로 늘었다.
필리핀 경찰은 이날 '리조트 월드 마닐라'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현재까지 36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필리핀 구조당국은 34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지만 화재로 건물에 연기가 가득차 구조작업이 지연된 탓에 추가 사망자가 나왔다.
희생자 중에는 한국인 1명도 포함됐다. 한국인 사망자는 범행 현장에서 대피 후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토마스 아폴리나리오 필리핀 남부경찰국장은 "희생자 대부분이 방 안 욕실에서 발견된 여성들"이라며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건 현장인 카지노장에서 질식해 숨진 사람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범인은 M4 소총을 소지하고 카지노장에 난입, 대형 TV스크린을 향해 총을 쏜 뒤 카지노 테이블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였다. 범인은 이후 물품 창고에서 1억1300만페소(약 25억5000만원)어치의 카지노 칩을 챙겨 도주했다.
경찰의 추적을 받던 용의자는 몇시간 후 카지노 호텔방 침대에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총상을 입은 것으로 볼 때 용의자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테러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델라로사 청장은 CCTV 확인 결과 용의자가 다른 사람에게 총을 겨누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테러로 볼만한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필리핀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마라위시에서 IS를 추종하는 반군 세력인 마우테가 주요 시설을 파괴하고 점령하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섬 전체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교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군과 반군 교전 과정에서 민간인을 포함 총 170여명이 사망했다. 반군 사망자 중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예멘, 체첸 등 5개 국적의 외국인 8명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IS가 필리핀을 거점으로 세력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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