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이민찬 기자]국방부가 의도적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발사대 4기의추가 배치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국가안보실은 26일 국방부 정책실장 등으로부터 사드 문제에 대한 첫 보고를 받은 뒤 국방부에 "사드 문제는 자세히 알아야 하는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면서 추가 보고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26일 밤에 사드를 담당하는 군 장성이 안보실에 추가 보고를 했고 이 과정에서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이 사드 발사대 4기가 비공개로 국내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철 1차장이 대화 중 처음 인지했다는 것이다.
이 1차장은 27일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정 실장은 지난 주말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한 장관에게 관련 사실을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 실장은 한 장관으로부터 공식확인을 받지 못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관련 "매우 충격적"이라고 표현하며 격노한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또한 국가안보실장 인선과 관련해 군의 조직적 반발 움직임도 문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려 이번 사태를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국방개혁은 전면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군 수뇌급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개편은 물론 군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文 국방개혁 방향은 = 문 대통령이 사드 4기 반입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은 국방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참여정부 때 구상한 '국방개혁 2020'에 저항했던 군에 대해 사드 반입 진상조사를 계기로 대대적으로 개편을 진행하고 출신을 가리지 않는 대장급인사를 비롯한 국방부내 문민화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후 첫 국방부 순시에서 "국방개혁 방안의 조속한 실행을 당부한다"고 말했고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국방개혁비서관으로 명칭을 바꾼 점 등을 감안한다면 국방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국방개혁에 초점은 장군 규모의 감축과 방산비리로 모아진다. 청와대가 인사검증팀 파견 군인으로 비(非)육사출신인 3사관학교 출신 영관급 장교를 발탁한 것도 출신보다는 실력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0월 대장급 정기인사가 파격인사가 될 것이란 평가도 이 때문이다. 현재 육ㆍ해ㆍ공군참모총장은 임명된 후 아직 2년이 되지 않지만 오는 9월에는 모두 임기를 마쳐 그 이전에 정기인사가 이뤄질 수 도 있다.
특히 상부지휘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게 되면 통폐합되는 부대가 나오기 때문에 장군 규모를 줄어들 수 있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은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바꿔 육ㆍ해ㆍ공군을 지휘하고, 작전지휘권이 없는 육ㆍ해ㆍ공군본부를 작전사령부급으로 개편해 각 군 총장에게 지휘권을 부여하게 된다. 국방부는 상부지휘구조 개편 작업이 완료되면 현재 430여명 가량인 장군 수를 60명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했지만, 지난 2월 '국방개혁 2014-2030 수정 1호'를 통해 40여명으로 감축 규모를 낮췄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는 대규모 장군 수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방산비리에 대한 개선안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행정화ㆍ비대화된 군의 몸집을 줄이는 국방개혁도 추진할 것으로 보여 방위사업청의 문민화 목표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은 국장급 21개 직위 가운데8명만 현역 장성으로 보임되어 있어 문민화 기준 70%를 충족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정부에서는 예비역들이 민간전문가로 재취업해 각 군과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방산기업에 취업한 예비역들 사이에서 방산비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국방개혁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만큼 큰 그림에서는 현 정부와 맥락을 같이 하지만 대선공약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은 더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국 전환용…외교 지렛대" 해석 분분 =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드 조사지시가 국방개혁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 정권의 인적 청산과 실정 드러내기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4대상 사업 정책감사를 지시하며 이명박 정부를 정조준한 바 있다. 사드는 박근혜 정부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문 대통령이 사드 조사를 지시한 시점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에 걸리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에 대한 추가 의혹이 끊이지 않으며 수세에 몰리자 정국 반전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야권에선 교착 상태에 빠진 인사청문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물타기'라고 비판한다. 한 야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낙연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전에 4명의 인선을 강행하면서 국회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커지는 상황이었다"면서 "이번 사드 논란으로 시선을 분산시키고 지지층까지 결집하는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이 대선부터 지적한 사드의 절차적 문제를 짚어 6월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외교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해왔다. 더 나아가 사드 보복에 나섰던 중국을 달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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