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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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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 "알파고가 참가하는 마지막 바둑 대국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계 은퇴를 알렸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의 의미다.


알파고는 생각보다 더 강했다. 바둑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오래된 믿음이 무너졌다. 알파고가 남긴 68승 1패라는 전적이 이를 말해준다. 가장 창조적인 수를 둔다는 한국의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유일한 인간으로 남았다.

이번에 알파고와 대국에 나선 커제는 세계 랭킹 1위이자 중국 바둑의 자존심이다. '이창호 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의 위세에 눌렸던 중국 바둑을 세계의 중심으로 다시 올려놓은 인물이다. '인간계 최강'으로 불리던 커제가 이번 대국에서 고개를 떨궜다.


[초동여담]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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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가 대국 도중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은 상징적인 장면이다. 프로 기사들이 정신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보여주는 몸짓을 커제가 보여줬다.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 커제의 설명은 힘겨웠던 그 시간을 대변한다.


커제 특유의 정교한 수싸움도, 상대의 허를 찌르는 일격도 소용이 없었다. 자존심이 센 중국의 20살 청년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눈물을 보였던 이유다.


냉정히 볼 때 인간과 AI 대국은 '핸디캡 매치'에 가깝다. 계산능력 자체의 차이도 있지만, 인간으로서 생리적·심리적 한계도 불리한 요소다. 사람은 심리적인 압박이 고조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실수가 나온다.


대국에 몰입해 정신을 집중하면 이와 비례해서 체력도 고갈된다. 반면 알파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변 여건과 무관하게 최선의 수를 두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다.


바둑은 승패가 나뉘는 게임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바둑을 예술의 경지로 올린 일본 오다케 히데오 9단은 '미학(美學)'의 창시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흑과 백의 어우러짐과 모양을 중시한 오다케 바둑은 승패를 초월하는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다.


'우주류'로 유명한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은 또 어떤가. 드넓은 중원을 중시하는 그의 행마는 바둑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게 했다.


세계 바둑인들에게 여전히 존경을 받는 한국의 이창호 9단은 뛰어난 실력보다 상대를 배려하고, 절제하는 기풍으로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알파고는 이창호 특유의 바둑 철학이나 오다케·다케미야 바둑에 담긴 심오한 뜻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알파고의 바둑을 놓고 '신의 경지'를 언급하는 것은 이른감이 있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알파고는 아직 인간의 바둑도 넘지 못했다. 어쩌면 영원히 넘어서지 못할지도 모른다. 알파고가 승패를 초월하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그것은 AI가 철학의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의미 아닌가.




류정민 산업부 차장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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