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한동안 망각했지만 반론의 여지가 없는 상식이 있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헌법이 명시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상식, 대통령은 권력을 가진 국민이 뽑은 대표자라는 상식,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받은 대통령과 내각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안위를 위해 의무를 다해야한다는 상식.
새 정부 탄생 이후 달라진 풍경 하나.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13일 서울로 상경하기 직전 목표 신항을 들러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그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전남도지사로써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이 깊게 배어 있었고, "총리가 되더라도 전화번호는 바꾸지 않을 테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며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명함을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이 총리 후보자가 생각하는 국가는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얼굴과 체온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때로 눈물도 흘려야하는 인격을 가진 존재였다.
새 정부 탄생 이후 달라진 풍경 둘.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그는 영부인이라는 호칭이 부담스럽다며 스스로 '여사'라고 불러달라고 했다)는 선거기간 때부터 특유의 스킨십으로 '유쾌한 정숙씨'라는 애칭이 붙었다. 유쾌한 그는 홍은동에서 청와대로 이사하던 13일, "억울하다. 국토부의 정경유착을 해결해 달라. 아침부터 한 끼도 못 먹었다"는 민원인의 이야기를 한 참 듣더니 "라면하나 드시자"며 손을 잡고 집 안으로 향했다. 김 여사가 민원인에게 원래 대접하려던 음식이 족발이었든 방울토마토였든 수 분 뒤 집 밖으로 나온 민원인의 손에는 컵라면 하나가 들려있었고 민원인은 "이번에는 (민원을) 들어줘서 앞으로는 찾아오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새 정부 탄생 이후 달라진 풍경 셋.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초기 행보는 1호 업무지시 '일자리 위원회 설치 및 운영방안', 2호 업무지시 '임을 위한 행진곡 5.18기념식 제창'과 '국정교과서 폐지'로 대표된다. 업무지시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았다. 현재 일자리에 고민하는 사람들, 균형감각을 가진 미래세대, 과거의 아픔에 여전히 신음하는 사람들을 모두 껴안겠다는 의지다. 나아가 그는 국민소통수석, 사회혁신수석, 일자리수석 등 청와대 직제의 명칭을 바꾸거나 신설했고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안산 단원고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지시했다.
추연함에 천착해 한동안 망각했던 풍경이다. 소통, 발전, 성장, 혁신 등 거창한 이야기도 '사람'이 앞서야 담론의 밀도가 높아진 사실. 이제는 "모든 국가는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지고, 국민은 그들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말을 읊조리며 현실에 냉소하던 기억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복원하고 치유하는 연대(連帶)의 의미가 일상을 채워가기를 희망한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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