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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그 꽃도 나를 보았을까/신영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8초

 아주 작은 꽃에겐 아주 작은 태양이 뜨고 아주 작은 달이 뜨고
 쓰러진 그녀에게도
 아주 작은 밤이 지나고 아주 작은 아침이 오고
 버려진 개에게도
 아주 작은 바퀴가 굴러가고 아주 작은 발이 지나가고
 그녀와 개 사이에도
 아주 작은 사람이 오고 아주 작은 사람이 가고

[오후 한 詩] 그 꽃도 나를 보았을까/신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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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한 방울의 바다를 뒤집어쓰고
 아주 작은 꽃에겐 아주 작은 파도
 아주 작은 노래
 아주 작은 말
 해안도로를 따라
 아주 작은 꽃에겐
 아주 작은 흰색

 길 끝의 소녀들
 쓰러졌다 일어서면 흰색


■괭이밥이라고 있다. 봄이면 아기 손톱만큼 작은 샛노란 꽃을 피우는 풀이다. 꽃마리의 꽃도 무척 작은데 연한 하늘색이다. 그리고 한동안 그 이름을 몰라 나 혼자 애기풀꽃이라고 이름을 붙이곤 만날 때마다 애기풀꽃, 애기풀꽃이라고 부르던 개미자리는 면봉보다 더 조그마한 하얀 꽃을 맺는다. 할미꽃도 싸리꽃도 작긴 작다. 목련이 툭툭 지는 곳 어느 언저리를 보다 보면 밤하늘의 별보다 작고 빛나는 꽃들이 연두들 사이에서 한들한들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비 한 방울"이 "바다"의 파도인 사람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꽃이다.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꽃은 꽃이다. 첨언 하나. 이 시는 읽기에 따라 참 끔찍한 시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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