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마스터 보좌관 "한국내 절차문제 이해"
美에 먼저 양해 구해…방문길 오른 이해찬 中특사도 부담 덜어
국회비준, 한미정상회담 이후 전망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특사 외교를 계기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갈등이 전환점을 맞게 됐다. 미국에는 국내의 절차적 정당성을 거론하며 양해를 구했고, 중국에는 사드보복조치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홍석현 대미 특사를 만난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17일(현지시간) "한국 내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이해한다"고 언급한 점에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사드 배치를 위해서는 국내 여론 수렴 과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하는 게 이번 대미 특사의 주요 임무였던 만큼, 미국 측의 동의를 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사드의 절차적 정당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복잡하게 얽힌 사드 실타래를 푸는데 단초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성향을 미국이 고려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 절차는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걸었던 핵심 공약이다.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할 경우 한미동맹에 상당한 악영향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16일 특사들과의 오찬에서 "현 정부는 피플파워로 탄생했고, 정치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설명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여론의 향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각국에 각인시켜달라는 의미를 담은 거시다.
특히 정당성과 투명성은 외교 뿐 아니라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더욱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또 미국이 우리나라의 국회 비준 동의절차에도 불구하고 사드 철수가 쉽지 않다는 점에 확신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드가 이미 배치되기 시작했고 북핵 위협이 끊이지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내 여론이 사드에 부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한국내 여론 수렴 결과에 자신이 없다면 '절차적 문제를 이해한다'는 표현을 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사드의 국내 비준 절차에 대해 철수시키기 위한 명분이 아니라 여론수렴 절차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TF단장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사드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라면서 "정당성이 결여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 같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중국의 불만 수위도 한층 누그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사드 철회를 주장하면서 '사전에 한국으로부터 (사드) 배치에 대한 어떠한 의견도 듣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양갑용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 추진에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면서 "국회 비준을 거친 결정이라면 중국 입장에서도 완강히 반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대중특사 자격으로 중국 방문길에 오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입장에서도 다소 부담을 덜게 됐다.
이 의원은 이날 출국에 앞서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입장을 충분히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잘 안다"며 다독이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양국 정상 만남도 구체화되고 있다. 한중 정상은 오는 7월 초 G20정상회의에 이어 8월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아 잇달아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사드배치에 따른 보복조치가 점차 풀릴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는 게 수치상으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비준 절차는 다음달 말 한미정상회담 이후가 유력하다. 미국의 입장을 배려해 속도조절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다만 여당인 민주당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청와대와 엇박자를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반대 입장인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가세해 의결정족수인 과반수를 넘기게 될 경우 정부가 외교적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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