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불황 속 기술력으로 버텨…수주 회복 기미, 재기 불씨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지난달 27일 경상남도 거제시 하청면 연하해안로에 위치한 주식회사 칸정공. 알루미늄을 소재로 한 해양플랜트 구조물 작업이 한창이었다. 가스생산플랫폼에 사용될 높이 28m의 대형 구조물은 공정률이 90%에 달했다. 최고 수준의 알루미늄 용접 기술을 자랑하는 20년 이상 업력의 숙련공들과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품질 경쟁력을 극대화한 구조물이다.
박기태 대표는 "해양플랜트ㆍ선박 구조물을 알루미늄으로 설계하면 기존 강철 소재에 비해 경량화가 가능하고 내부식성과 복원성도 더 좋아진다"며 "금속류 중에서 알루미늄 용접 기술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 회사는 이 분야를 포함해 여러 가지 독보적인 기술과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해양플랜트ㆍ선박 구조물 가공 등의 사업을 통해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33%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2년새 국내 조선해양산업의 불황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기술과 가격 경쟁력 등을 통해 악조건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다. 2011년 창업 첫해 1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2015년 66억원, 지난해 150억원으로 급증했다. 주거래처는 삼성중공업이다. 매출 비중이 85% 수준이다.
이처럼 불황을 극복해 나가는데 기술력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 지원이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 6월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진출, 스마트 가로등 제작에 들어갔으며 올 3월에는 알루미늄 선박ㆍ보트 자체 제작을 위한 사업부를 신설했다. 박 대표는 "스마트 가로등은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견고함과 태양광 축전으로 하루 12시간 이상 밝은 빛을 내면서 고장여부 자가진단 기능 등을 갖춘 게 장점"이라며"뉴질랜드에 20개 샘플을 수출할 정도"라고 말했다.
통영시 도산면 도산일주로 소재 청암산업은 칸정공과 달리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10월부터 물량과 매출이 급감하면서 공장이 한산할 정도다. 월 2000t 이상에 달하던 물량은 올 1월 1000t 이하로 떨어졌고 지난 3월 573t까지 떨어졌다. 정연면 대표는 "물량 감소가 심각한데 이달 들어서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업체는 조선해양산업에 사용되는 판 등을 가공 절단한다. 작업에 대한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자동화설비 설치에 약 1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불황 여파로 자금운영 부담이 크다. 정 대표는 "금융권에서 대출금과 이자 납부를 유예해주거나 정부가 4대 보험료에 한시적 영세율을 적용하는 등 지원을 해주면 어려운 경영상황을 이겨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직원 수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0월 49명이던 직원들은 지난달 31명으로 급감했다. 이달부터는 19명 이하로 운용할 계획이다.
경남지역은 생산액과 종사자수 등의 면에서 국내 조선해양산업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김정원 중진공 경남서부지부장은 "조선해양산업의 불황으로 많은 업체들이 도산했다"며 "하지만 수주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예전 호황 때처럼은 아니지만 다시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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