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현대기아차가 미국 보호무역주의,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라는 겹악재를 만나 올 1분기 우울한 성적을 거뒀다.
판매 부진의 위기를 전략 신차들을 앞세워 극복한다는 각오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G80, 주력 모델 쏘나타, 친환경차 니로 등 신차들이 출격 대기 상태다.
27일 현대기아차는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3.4% 증가한 36조209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조6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3%나 뒤로 밀렸다.
기아차 상황이 좋지 않다. 기아차는 1분기 영업이익이 38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 후퇴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이 40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매출액은 12조8439억원으로 1.5%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도 뒤로 밀렸다. 1조2508억원으로 전년 대비 6.8% 줄었다. 매출액은 23조36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조457억원으로 20.5% 감소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신차 양산 준비를 위한 일부 공장 일시 가동 중단으로 고정비 부담이 다소 증가했고 글로벌 저성장 기조 극복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인한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다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올 1분기에는 워낙 비우호적 경영 환경이라 실적 난조가 어느 정도 예상돼왔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부진이 더욱 명확해졌다.
현대기아차는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총 173만1286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108만9600대, 기아차가 64만1686대를 판매했는데 모두 지난해 대비 1.6%, 6.2% 감소한 성적이다.
미국, 중국이 문제였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데다 중국 시장에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이슈로 반한감정이 고조되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특히 중국 상황이 심각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4.4% 줄어든 19만6000여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46.0% 급감한 수치다. 기아차 역시 후진해 판매량이 8만9000대로 전년 대비 35.6% 감소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국내ㆍ북미에서 세타2 엔진 결함으로 리콜까지 발생해 일회성 비용 2000억원이 소모되며 전체 실적이 뒤로 밀렸다.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점은 향후 기대점이다. 현대기아차는 내실강화와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전략 신차들을 내세워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시장에 전용 신차 3차종을 비롯해 쏘나타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투입하고 첫 전기차(위에둥)를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에는 쏘나타 뉴라이즈, 제네시스 G80 신차를 내놓는다. 기아차도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모델과 중국 전략형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K2 크로스'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브랜드의 첫 글로벌 소형 SUV인 코나와 제네시스 브랜드 세번째 모델인 G70 등의 신차를 출시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신규 수요를 발굴하고, 중국을 비롯한 지역별 전략 신차 출시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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