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이진수 기자] 25일 북한 창군절을 맞아 중국이 대북 압박 강도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모종의 조치를 하겠다던 중국이 선조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징후까지 포착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중문ㆍ영문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한 발 뒤로 물러나는 건 겁이 많은 게 아니라 지혜로운 것이다'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신문은 미ㆍ중 정상이 한반도 문제에 공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매체는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다면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며 모든 당사자 중에서 북한이 가장 고통받을 게 분명하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군사적 활동에도 나섰다. 중국인민해방군은 북ㆍ중 국경 지대에 '2급 전비(戰備) 태세'를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날 복수의 중국군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군이 이달 중순부터 2급 전비 태세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북ㆍ중 국경 지대에 10만명 규모의 병력을 전개 중이라는 정보도 있다.
중국 국방부의 2013년 백서에 따르면 2급 전비 태세는 3단계 전비 태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단계다.
중국이 이미 북한에 원유 공급을 일부 제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환구망(環球網)은 전날 평양의 각 주유소가 원유 공급을 제한하기 시작했으며 일부 주유소는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외국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평양의 외교단 주유소, 칠성 주유소, 고려항공 주유소 등에서도 돈을 내고도 원유를 구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정상 영업 중이던 대성 주유소는 휴업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북 압박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안보리 이사국 대사들을 백악관에 초청, "북한에 대한 현상유지는 용납할 수 없으며 안보리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에 추가적이고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사람들이 지난 수십 년간 (북핵 문제에 대해) 눈감아 왔는데 이제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보리는 오는 28일 순회 의장국인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주재로 북한 및 핵 비확산 문제에 대한 회의를 개최, 새로운 대북 제재 조치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NBC, CBS 방송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6차 핵실험 등 도발을 감행한다면 미국이 이에 맞서 군사적 타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헤일리 대사는 다만 "그(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가 우리가 무엇을 하도록 이유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무엇인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양국은 이날 서해에서 전술 기동훈련과 함포 실사격 훈련을 한다. 우리 해군은 구축함 왕건함(4400t급)을, 미군에서는 이지스 구축함 웨인 E 메이어함을 참가시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미사일 탐지ㆍ추적ㆍ요격훈련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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