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호황기 맞은 통신시장
SKT '5밴드CA'·KT '배터리 절감 네트워크' 기술경쟁
고가요금제 고객 확보 이어 4차 산업혁명 시장선점 준비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업자들의 경쟁이 격해지고 있다. 앞다퉈 선도적인 기술을 발표하고 가입자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졌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8 시리즈 정식 출시는 21일인데, 그에 앞서 예약판매와 사전개통이 이뤄짐에 따라 사업자들의 움직임이 민첩해진 것이다.
소비자들이 대거 신제품으로 몰려들자 일선 대리점들은 갤럭시S8 가격 할인을 법적 한도를 넘어서 제공하는 등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불법적 요소가 있는지 면밀히 시장 동향을 감시하는 중이다. 과민해진 통신시장, 이유는 무엇일까.
◆SKT와 KT의 선도기술 경쟁= SK텔레콤이 20일 갤럭시S8 고객만이 누릴 수 있는 '5밴드CA' 기술을 적용한 서비스를 발표한 것은 KT의 배터리 절감기술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SK텔레콤은 LTE 주파수 5개 대역을 하나로 묶어 갤럭시S8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기존 대비 40% 끌어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론상 지금 LTE 최고 다운로드 속도(500Mbps)보다 40% 빠른 700Mbps까지 전송속도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통 3사 중 SK텔레콤만 광대역 포함 5개 대역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5밴드 CA가 국내 이통사 가운데 유일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이에 대해 KT는 광대역 포함 주파수 4개 대역에 1개 광대역 4X4 다중안테나를 적용, 최대 700Mbps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 역시 "3개 이통사가 각각 가진 주파수를 합치면 최대 698Mbps까지는 속도를 낼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4~5개 주파수 망이 전국 방방곡곡에 깔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울 수도권이나 일부 광역시에서나 700Mbps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독점 기술' 마케팅에 앞서 지난 12일 KT는 배터리 절감기술을 들고 나왔다. KT는 갤럭시S8 배터리를 최대 45%(3시간13분∼4시간27분) 더 오래 쓰는 기술인 C-DRX를 이달 1일부터 국내 최초로 LTE 전국망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에서 실제로 송수신하는 데이터가 없을 때 네트워크 접속을 최소화해 배터리 소모량을 절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도 경쟁사들은 일반화한 수준의 기술이라며 깎아내렸다.
◆경쟁의 근본 원인은 생존전략= 기술 경쟁과 동시에 가입자 확보전도 치열하다. 이통사들은 갤럭시S8 출시로 소비자들이 100만대 넘는 예약에 들어가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가을 갤럭시노트7이 발매되자마자 리콜되면서 가입자가 크게 줄어들었는데, 새 전략 스마트폰 출시로 다시 시장에 활기가 돌면서 사활을 건 경쟁에 들어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이통시장이 일시적으로 과열 양상이라고 할 정도가 된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통신사들은 지난해 10월 갤럭시노트7의 조기 단종 이후 오랜 기간 동안 "팔만한 폰이 없다"는 하소연을 해왔다. 실제 가장 바쁠 시기인 연말, 연초에도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다. 작년 12월, 올 1월 이동통신3사의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1만3000여건으로 전년 대비 20~30%씩 감소했다.
지난달 10일 LG전자의 신제품 G6 출시에도 시장은 잠잠했다. 3월 평균 번호이동 건수 역시 1만3300여건으로 1~2월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만큼 갤럭시S8에 대한 대기수요가 장기간 누적된 것으로 통신 업계는 진단한다. 특히 100만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이 컸다.
결국 갤럭시S8 가입자 확보는 통신사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가입자당평균수익(ARPU)을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의 지난해 4분기 ARPU는 3만535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3만5452원, 3만5657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0.6%, 1.85% 줄었다.
또한 이통사들은 갤럭시S8에 자사만의 차별적인 기술을 적용,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한다는 포석에서 경쟁사를 의식한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증강·가상현실(ARㆍVR),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끊김없이,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통신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는 각 부문에서 선점기술을 소비자에게 각인시켜 충성고객을 만들어가려는 의도라는 것. 이통사들의 기술 경쟁과 고객 쟁탈전은 그만큼 각별한 생존전략 카드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