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독재자'라는 세간의 평가를 일축하고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개헌 국민투표 승리 후 CNN방송과 가진 첫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면서 "미국과 터키는 동맹으로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고 어떤 어려움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터키의) 관계 진전을 위해 얼굴을 맞대고 회담 하는게 더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같은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 개헌 투표 결과가 나온 후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건넨 것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이번 개헌은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어서 터키 야당은 물론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았다.
부정투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유럽 정상들은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표명을 피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국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에르도안 대통령에 축하 인사를 건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헌이 독재를 강화하려는 시도라는 평가에 대해선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독재자가 있는 나라에는 대통령제가 없을 것"이라며 "(개헌은) 터키의 민주주의 역사에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나는 영원히 살 수 없고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며 "우리는 투표함이 있고, 민주주의의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또 개헌이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51.4% 찬성표를 얻어 가까스로 통과된 데 대해선 "1대 0으로 이기나 5대 0으로 이기나 궁극적인 목표는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에 보인 긍정적인 태도와는 반대로 유럽연합(EU)에 대해선 날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EU가 54년동안 우리를 (EU 가입) 문 앞에서 기다리게 했다"면서 "우리는 약속을 지켰지만 EU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터키는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300만명에 달하는 난민촌이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자국으로 들어오는 난민을 통제하기 위해 터키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터키가 1인 독재 체제를 강화하고 사형제도를 부활할 조짐을 보이면서 EU가입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EU는 사형제 국가의 회원국 가입을 금지하고 있다. 터키는 2004년 EU가입을 추진하면서 이를 폐지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형제 부활을 주장하면서 EU가입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지난 16일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된 터키의 개헌안은 현행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이 개헌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장 2034년까지 재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개헌 후 여러 논란이 불거지면서 터키에서는 투표 무효를 주장하는 집회와 시위가 잇달아 열리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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