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폭로했던 고영태씨가 구속됐다. 고씨는 최씨의 영향력을 이용해 세관장 인사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오전 3시8분께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고씨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밝혔다.
권 부장판사는 "주요 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구속영장을 청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정순신 부장검사)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전날 구속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던 고씨를 즉시 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3일 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은 고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알선수재, 사기, 한국마사회법 위반 등 3개 혐의를 적시했다.
고씨는 인천본부세관장 인사 청탁의 대가로 2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주식투자금 명목으로 지인으로부터 8000만원을 빌린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와 2억원을 투자해 불법 인터넷 경마 도박사이트를 공동 운영한 혐의도 받는다.
고씨는 최씨가 이권 목적으로 만들어 운영했다는 더블루K의 이사였으며 한때 최씨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최씨와 갈라선 뒤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 등 최씨의 행각을 언론에 밝히며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는 단초를 제공했다.
고씨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등에서 메달을 획득한 펜싱 국가대표 출신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패션업계에 발을 들인 뒤 최씨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 의상을 제작할 목적 등으로 만든 의상실을 운영하며 최씨로부터 월급을 받기도 했다.
고씨는 지난 1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아파트에서 검찰에 전격 체포됐다. 검찰은 고씨가 지난주 후반부터 연락이 되지 않아 체포영장을 받부받고 집행하려 했지만 집 안에 있던 고씨가 1시간30분 가량 응하지 않자, 강제로 고씨의 자택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 체포했다.
이에 고씨측은 법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 결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김규화 판사는 "검찰이 고씨를 체포한 건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려 고씨의 체포 상태가 유지되도록 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