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강면욱 13일 저녁 회동…출자전환 잔여분 상환 약속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KDB산업은행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을 두고 막판 협상을 하고 있다. 양 기관 수장이 처음으로 만나면서 멈췄던 자율적 구조조정 협상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양 기관 모두 회사채·기업어음(CP) 출자전환 잔여 채권 상환 관련 문서화 문제를 두고 물러서지 않아 결론 도출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14일 오전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날 산은과 실무진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투자위원회 개최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초 국민연금은 우정사업본부 등 다른 기관투자자의 의견 반영을 고려해 이날 오전에 투자위원회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전날 이동걸 산은 회장이 “지금이라도 국민연금 측이 제안을 내놓는다면 신중하게 논의해보겠다”고 말하면서 산은에 접촉해 만남 일정을 잡았다. 전날 저녁 강면욱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과 이 회장의 면담이 처음으로 성사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용석 산은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이 지난 9일, 11일 강 본부장과 만남에 실패해 대우조선은 무조건 법정관리나 다름없는 P플랜(사전회생계획안제도)행이 예상됐지만 상황이 반전됐다. 산은 관계자는 “양 기관 수장들이 만난 것 자체가 상황 호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진전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상환을 유예한 채권을 확실히 갚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이 요구한 '보증서'는 불가능하지만 국민연금이 보유한 3900억원 중 3년 만기 연장 후 3년간 분할상환하기로 한 약 2000억원의 회사채에 대해 구두 형태로 상환을 약속했다. 대우조선 내부 유동성이 있는 한 사채 상환 등을 위한 별도 계좌를 만들어 놓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양 기관 모두 회사채·기업어음(CP) 출자전환 잔여채권의 우선상환에는 합의했지만, 보증에 대한 문서화가 난제다. 산은은 다른 채권자와 형평성 문제는 물론 구조조정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확약서를 받는 것이 채무재조정 합의의 최소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산은은 출자전환 잔여분과 관련 보증을 거부해 국민연금과 평행선을 달려왔다. 에스크로 계좌도 질권설정을 하면 담보채권화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다만 신규자금으로 지원되는 2조9000억원의 한도성 대출 내에서 회사채·기업어음(CP) 상환 보장을 약속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도 P플랜시 회수율이 50%에서 10%로 떨어지는 만큼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장의 만남 의사 발언 이후 국민연금이 진위를 확인해 산은측에 만남을 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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