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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눈물, 그리고 안희정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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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 축하 동영상에서 눈물을 흘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
엄한 처벌을 내려달라 호소하며 감옥에 들었갔던 안희정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지난해 8월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전당대회에 참여한 내빈들이 소개되는 과정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소개됐는데, 이 자리에서 가장 큰 박수를 들은 것은 당시에는 대권주자군으로 꼽히지조차 않았던 안희정 충남지사(현재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이날 분위기에 대해 "민주당 당원들이 안 지사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고마움이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느꼈던 미안함은 무엇일까.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는 2008년 1월 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안희정 출판기념회 축하 메시지 동영상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동영상에서 담담히 안 후보에 대한 생각을 말하던 노 전 대통령은 어느 순간 물끄러미 책을 내려다보더니, 곧 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눈물이 나서였다. 이 동영상은 정작 안 후보 출판기념회에 공개되지 않았다, 한참 뒤 미공개 영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안 후보는 한 방송에서 이 동영상을 다시 본 뒤 "(노 전 대통령이) 저를 위해서 걱정하고 울어주시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동영상에서 다음과 같은 말들을 했다.


"(안희정 씨는)오늘이 있게 했던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정치적 동지라고 할 수 있지요. (...) 대통령을 만들었던 사람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습니다. (...) 내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여러 번 곤경에 빠졌었는데 안희정 씨가 나 대신 희생을 감수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했지요. (...) 이 친구는 자신이 당했던 희생에 대해 한 번도 생색을 낸 일이 없어요.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죠. 그것은 어떤 능력이라는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지요. 사람의 능력만으로는 할 수 없고, 사람의 됨됨이랄까 인품 같은 것이 그 수준에 가 있는 사람입니다. 오랫동안 문득문득 나이가 더 많이 든 나보다 속이 깊다 그런 생각을 해왔었죠. 역시 그런 친구입니다. 남을 편안하게 해주는, 모두를 위해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


안 후보는 2002년 노무현 정부를 출범시킨 대선의 불법자금 수수 문제로 1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결심공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직과 살림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현실과 타협했다. 그 타협은 우리가 극복하려 했던 과거의 낡은 정치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의 기준으로는 그것 역시 범법 행위임을 인정한다. 저를 무겁게 처벌해 승리자도 법과 정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게 해달라."

대선자금의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면서도, 역사의 진보와 정의를 말했던 그는 사면이나 형량 감면 없이 형기를 다 채우고 출소했다. 수감 당시 일기를 통해 그는 세상을 바꾸는 현실 정치인이 되기를 소망하며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노력을 보였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제 자신의 역할은 없을 것이라고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나는 적어도 노무현 시대에서만큼은 내 배역이 끝난 무대 뒤의 배우입니다. 아프지만 이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비로소 나는 행복해질 수 있었습니다. 노무현 시대가 대한민국 역사에서 갖는 그 꿈과 희망의 코드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할 뿐 정치인 - 대중정치인 안희정의 배역은 없는 것입니다.
(...)
나에게 맡겨진 '총 맞고 쓰러지기'의 이 짧고 보잘 것 없는 단역이나마 큰 사고 없이 소화(?)한 것을 스스로 자축하며 난 행복해지려 합니다."

"노무현 시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개인적 수모나 억울함도 참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지지한 수많은 대중의 바람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일이 있어선 안 됩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만 죽어도 좋다는 것입니다."


감옥에 갇힌 아들을 마주한 그의 부모는 "어쨌든, 네가 고생을 해야 한다. 다른 수가 없다. 상대가 있는 것이므로 너만 먼저 나올 수도 없고, 대통령의 측근이니 더더욱 특혜를 입기도 어렵다. 마음 단단히 먹고 지내거라"라고 말을 해야만 했다. 당시 그의 일기는 수많은 자기 다짐과 함께 눈물로 채워져 있었다.

감옥에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지켜봐야 했다. 옥중에 있었던 그는 할 수 있는 것은 막연히 누군가를 향해 절하며 소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탄핵 국면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그의 무릎을 꿇게 하였다.


"새벽, 난생처음. 108배를 드렸다. 오늘이 선거일이다. 불교도는 아니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이것뿐이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승리했고, 노 대통령의 탄핵은 기각됐다. 출소한 뒤에도 참여정부에서 그는 어떠한 공직도 맡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전과자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 공천을 받지 못했다. 올해 당내 대선후보 경선TV토론에서 그가 동지라고 불렀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다시 쟁점이 되자, 그는 "개인적으로 잘못된 부분도 인정했고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았다. 그것으로 인해서 (국회의원) 공천도 못 받았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통해서 그리고 2010, 2014년 도지사 선거 통해서 이런 사실을 전제하고 도지사로서 공적인 삶을 선택을 받았다. 그런 과정이 국민 여러분께 정치적으로 사면받고 복권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원들로부터 최고위원으로 선출되고, 충남 도민들로부터 도지사로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들며, 정치를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사람들로부터의 사면과 복권을 말하는 그의 정서는 무엇이었을까. 이런 마음은 2008년 당시 전과자에 대해서는 공천을 할 수 없다며 공천이 배제됐었을 때 그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글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당시 공선 공천을 심사했던 박경철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안희정)의 (환향녀) 비유는 정말 멋졌습니다. 그 말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우리 정치권에 그런 말을 할 분이 얼마나 되겠습니까"라고 평하기도 했다. 아랫글은 그가 공천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을 당시, 탈당 등을 하지 않고 당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며 밝혔던 내용 중 일부다.


"저는 통합민주당의 18대 총선 후보자가 되기 위해 공천 신청을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당과 공심위는 죄질을 막론하고 전과자는 공천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예비후보자로서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언론을 통해 이 결정을 들었습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회한과 고통을 느꼈습니다. 수많은 갈등과 생각 속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당과 공심위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
다만 한 가지 부탁드립니다.
환향녀가 조선에 돌아올 때 한강 상류 홍제천에서 목욕을 하면 모든 것을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옛날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하루도 깎아 주지 않은 감옥 생활을 했습니다. 3년여의 근신 생활을 했습니다. 사면복권도 마다하고 일체의 공직에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의 노력이 '환향녀의 홍제천' 같은 것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공심위는 아직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예! 존중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의 공천심사 대상자 탈락 결정이 저에게는 마지막 홍제천이 되길 간절히 소원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정치인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언젠가는 저에게도 기회가 열리길 간절히 원합니다."


환향녀(還鄕女). 한자 뜻 그대로 풀면 고향에 돌아온 여자다. 이제는 욕설의 어원이 된 이 말은 사실 역사적 아픔을 담고 있는 단어다.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끌려갔다, 정절을 잃은 채 고향에 돌아왔던 여자들을 환향녀라 불렀다. 조선 정부는 이들에게 냇물에 몸을 씻으면 정절을 되찾은 것으로 해줬다. 안 후보는 아마도 수감생활, 근신기간, 공천 배제의 시간을 거쳐 충남 도민들의 선택으로 '대중정치인'의 자격을 회복했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조선 시대 홍제천에 몸을 담근 여인들이 가족의 외면을 받았던 것과 같은 과정을, 이번에도 그는 경험해야 했다.

더욱이 오늘날 그는 매우 특이한 환경에 놓였다. 대선후보로서의 경쟁력은 그 누구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지만, 정작 소속 정당에서 외면받고 있다. 사실 이런 지적은 그 혼자만 받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치에서 정당의 외연 확장을 시도했던 다른 대중 정치인들 역시 외면받곤 했다. 그는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기존의 진영 논리에 빠진 정치로는 이 나라가 앞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면서 새로운 정치를 이야기했다. 그는 선거기간 절실하게 스스로를 진보진영이라고 말하며, 정절을 버리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결국 배신 논란에 휘말려야 했다. 호남, 충청, 영남 경선에서 패배했지만 희망을 말했다.


영남 패배 직후 안 후보는 "수도권에서 확실한 역전의 기회를 만들겠다"면서 "민주당에 가장 본선경쟁력이 강한 후보, 저 안희정이다. 수도권에 60%이상의 우리 경선 참여인단이 남아있다. 이 투표를 통해서 새로운 민주당의 승리의 후보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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