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가 먼저 반성하고 노력하기 위해 ‘정의롭고 공정한 마포만들기’ 추진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사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게으름뱅이도 사기꾼도 거지도 도둑도 아니며, 보험번호 숫자도 아닙니다. 컴퓨터 스크린 속의 하나의 처리 신호는 더군다나 아닙니다. 나는 묵묵히 책임을 다해 떳떳하게 살았습니다. 나는 굽실대지 않았고 동등한 입장에서 이웃을 도왔으며 자선에 기대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개가 아니고 한 인간입니다. 그렇기에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당신이 나를 존중해주길.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명의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주인공 다니엘의 대사 중 일부다.
마포구(구청장 박홍섭)는 의미 있는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올바른 공직자의 모습을 다짐하기 위해 마포구청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13일부터 3일간 영화관람 교육을 진행했다.
이 영화는 2011년 데비이드 캐머린 총리 시절 복지대상 계층의 수급조건을 강화한 이후의 영국의 모습을 그렸다. 평생을 성실하게 목수로 살아가다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돼 일을 할 수 없게 된 그가 관공서의 잘못된 복지정책과 관료주의 행정으로 인해 인간의 자존감을 잃게 되지만 따뜻한 이웃 간 연대로 점차 회복해 나가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특히 영화 속에는 제도와 규정만을 고집하며 주민들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절실함을 외면하는 공무원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영화 관람을 통해 마포구 공무원 1138명은 복지정책이 소외계층에게 미치는 영향과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구 직원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하고 답답했지만 공무원으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며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따뜻한 배려와 친절로 민원인을 대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평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올바른 공직자의 역할을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아 구체적인 역할을 실천해 나가도록 전 직원에게 당부했다.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불합리와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공직사회가 먼저 반성하고 노력하기 위해 마포구는 지난 2월 ‘정의롭고 공정한 마포만들기 계획’을 수립했다.
세부내용을 보면 먼저 ‘탈관료주의’ ‘마포형 협치’ ‘공정한 일자리’를 추진전략으로 14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탈 관료주의 개선운동을 위해 자율과 책임 있는 조직문화 형성, 내부청렴도 개선, 의식전환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인허가 등 민원처리과정의 불필요한 규제를 최소화, 민원조정위원회, 옴부즈만제도 등을 활성화시켜 갈등관리와 구민 화합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마포형 협치모델 개발, 시민협력플랫폼 지원 사업 구축, 구민아이디어 및 제안 활성화, 공직자 자원봉사 등을 통해 구민과 함께 소통하는 열린 행정을 실천한다.
누구나 일하고 정당하게 대우 받기 위해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부서 일자리 목표 관리시행, 계층별 맞춤형 일자리 창출, 민관협력을 통한 일자리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무엇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공직사회가 먼저 권위주의적인 관료주의와 폐쇄성을 탈피하고, 공직자 스스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올바른 정의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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