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레일 민간사업자와 계약 해지, 재정사업으로 전환…시민단체 "철거 포함 원점서 재검토해야"
[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혈세 1000억 투입, 10년 째 갈팡질팡'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적인 혈세 낭비 사례로 꼽히는 인천 월미은하레일이 세번의 시 정부가 바뀌는 동안 헛발질만 계속하고 있다. 월미은하레일에서 레일바이크, 또다시 소형 모노레일로 사업방식을 바꿔 추진해왔지만 모노레일마저 결국 무산되면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20일 인천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월미모노레일 민간사업자인 인천모노레일과 2015년 2월 체결한 사업협약을 해지했다. 민간사업자가 사업비 조달 계획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공정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모노레일 사업에 착수한 지 2년만에 민간사업자의 사업수행 능력이 문제가 돼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인천교통공사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민간사업자인 인천모노레일은 2년 전 협약 체결 당시 기술력과 재정능력을 의심받았다. 인천모노레일의 모기업인 가람스페이스의 사업분야는 조경·토목·환경디자인·철도·신교통시스템 등으로 모노레일 건설(시공) 실적이 전무했다.
가람스페이스는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2008년부터 고가 모노레일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시공이 아닌 마스터플랜을 구축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시 인천시의회도 가람스페이스의 시공 실적 부재와 기술력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교통공사는 "가람스페이스가 모노레일 건설 실적은 없지만 연구개발·설계 경험을 충분히 갖춰 자격에 문제가 없다"며 "사업자 공모당시 시공·제작 능력이 있는 협력업체를 참여시킬 수 있도록 했고, 재정능력·운영능력을 충분히 확인 후 보완했다"며 사업 성공을 자신했다.
하지만 민간사업자는 오는 5월 개통을 위해선 전체 차량 70량 중 20량 정도를 제작하고 분야별 개선공사를 최소 90% 이상 완료해야 했지만 지금껏 어떤 공정도 이행하지 못했다. 또 자금 조달계획을 담은 투자확약서도 기일내 못 냈다.
인천모노레일 측은 "월미은하레일 사업 실패 이후 안전기준이 강화돼 지난해 9월에야 건축허가가 완료됐고, 교통공사가 월미은하레일 시설설비 현황을 제때 제공하지 않는 등 사업 추진에 비협조적이었다"며 반발했다.
인천모노레일은 월미은하레일 기존 차량 철거비와 시제차량 제작비 등 현재까지 투입된 순수비용만 90억원에 이른다며 기업 명예훼손과 미래 운영수익 손실분까지 합쳐 수백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모노레일은 당초 총 공사비 190억원을 부담하고 매년 8억원의 임대료를 교통공사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20년간 운영권을 받았다.
한편 교통공사는 향후 월미모노레일 사업을 민간투자에서 공사 예산을 투입하는 재정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만들어진 월미은하레일의 교각과 레일, 4개 역사를 완전히 철거하고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자니 막대한 철거비용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커 모노레일 사업을 계속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교통공사는 관계 공무원, 지역주민이 포함된 민관 합동 전담팀(TF)을 구성해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하지만 2년간 허송세월을 보내다 결국 인천시가 다시 끌어안게 된데다 모노레일 건설에 최소 2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또다시 혈세·행정력 낭비를 불러올 전망이다.
지금까지 투입된 혈세만도 건설비와 금융비용을 포함해 1000억원에 달한다.
월미은하레일은 2008년 안상수 전임 시장 시절 국내 첫 도심 관광용 모노레일로 시공됐다. 인천역~월미도를 순환하는 6.1km 길이의 모노레일로 시 예산 853억원이 투입됐다.
애초 인천세계도시축전에 맞춰 2009년 7월 개통 예정이었으나 부실시공으로 시험운행 중 각종 사고가 속출한 탓에 2010년 3월 준공 이후에도 개통조차 못 하고 방치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시장일 땐 레일바이크 사업으로 추진되다가 자유한국당 유정복 현 시장이 취임한 뒤에는 소형 모노레일 사업으로 사업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유 시장은 레일바이크 사업이 소형 모모레일로 변경되면서 또 다시 혈세 및 행정력을 낭비한 것에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모노레일 사업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여러차례 지적해도 귀담아듣지 않던 교통공사가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줄 수 있는 토목사업을 또 하려 한다"며 "월미모노레일 대안은 철거를 포함한 원점 재검토가 필요한 만큼 시의회가 주관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라"고 요구했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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