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맥스 창업자 변대규 회장, 네이버 의장 선출…외부 인사 영입 '이례적'
한성숙 신임 대표 선임…네이버 첫 여성 CEO
세대교체 후 기술기업 변신 가속화…AIㆍ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도전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네이버(NAVER)의 양대 수장이 바뀐다.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 5개월 간의 승계 과정을 거친 한성숙 신임 대표가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 네이버는 세대 교체를 통해 '포털'의 한계를 넘어 '기술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17일 네이버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한다. 주총에서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과 한성숙 대표를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한성숙 내정자를 대표를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이사회에서는 변 회장을 신임 의장으로 선출한다.
네이버의 신임 이사회 의장직에 오르는 변대규 회장은 휴맥스 창업자다. 변 회장은 1989년 휴맥스를 창업했고, 80개국에 방송ㆍ통신 장비를 공급하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시켰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평소에도 변 회장에게 사업과 관련한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외부 인사에게 의장직을 맡기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도 신선하다는 평가다. 대다수 ICT 기업의 이사회 의장은 창업자들이 맡는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경우는 드물다. 벤처 1세대인 변 회장은 셋톱박스로 글로벌에 진출한 경험을 갖고 있다. 글로벌에서 기회를 찾고 있는 네이버에게 적임자다. 변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도 '혁신'을 강조하는 한편 후배 벤처인 양성에도 힘써왔다.
창업주인 이해진 의장은 2004년 NHN 시절부터 13년간 유지해왔던 의장직을 내려놓는다. 그는 유럽 시장 개척과 현지 스타트업 발굴에 전념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 의장은 평소 멘토로 삼았던 변 회장에게 의장직을 넘기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 소풍 대표는 "네이버가 한국사회에 새로운 모범을 보여준다"며 "창업자가 의장직도 물러나고 이사로만 남아 이사회 중심 경영을 특수관계인 아닌 새로운 의장을 중심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는 정말 멋지다"고 평가했다.
네이버의 서비스를 총괄해왔던 한성숙 신임 대표도 '내정자' 수식어를 떼고 공식 무대에 오른다. 한 대표는 네이버의 첫 여성 CEO이자 서비스 출신 CEO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 대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꼼꼼한 성격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 대표가 임직원들에게 무엇보다 강조하는 부분은 '투명성'이다. 조작 의혹이 일었던 '실시간 검색어' 관련 랭킹을 개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 서비스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매뉴얼을 정비하도록 지시하는 등 빈틈없이 운영되도록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네이버가 '기술 플랫폼'으로 변신을 선언한 가운데 올해는 AI를 접목한 다양한 하드웨어들을 선보인다. 라인과 공동 개발한 AI(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를 활용한 제품, 자율주행차 'E1' 등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AI 스피커 '웨이브'를 올 여름 한국ㆍ일본에서, 올 겨울 AI 스피커 '페이스' 를 선보일 계획이다. 가상 홈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윈클(Vinclu)'을 인수한 라인과 함께 AI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밖에도 네이버는 '제2의 라인'을 찾기 위한 작업도 이어간다. 오는 5월 웹툰 사업부를 '네이버웹툰 주식회사'로 분사한다. 네이버는 최근 지난해 8월 분사한 '스노우'를 필두로 라인플러스가 운영했던 카메라 사업부를 합치기로 결정했다. 스노우는 아시아의 스냅챗이라 불리며 라인을 이을 서비스로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