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랩·컬러·기판 등 교체가능한
모듈형 스마트워치 'Modular 45'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기계식 시계의 강자 태그호이어가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1500달러(172만원)짜리 커넥티드 스마트워치를 성공시킨 태그호이어가 이번에는 더 비싼 스마트워치를 갖고 돌아왔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14일(현지시각) "1650달러(190만원)대에 이르는 태그호이어의 새로운 스마트워치 '커넥티드 모듈러45'는 모듈형 디자인을 도입해 시계의 또다른 진화를 보여줬다"면서 "전통의 스위스 시계제조사와 IT공룡 구글·인텔의 결합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태그호이어는 스마트워치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일반적인 안드로이드웨어 기기보다 몇 배나 더 비싼 돈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특화된 시장이다.
태그호이어 모듈러45는 스마트워치의 색상은 물론, 버클, 스트랩 등의 부품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조립할 수 상품이다. 시중의 다른 스마트워치가 대체로 색상 선택옵션 제공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지는 셈이다. 태그호이어에 따르면 이번 모듈러45를 통해서 무려 500가지의 디자인 조합이 가능하다. 이 기기는 NFC(근거리무선통신)을 지원하고, 50미터 방수기능도 갖추고 있다. GPS는 물론 심장박동 모니터링 등 현재의 스마트워치에 요구되는 모든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태그호이어는 '스위스산'이라는 브랜드파워로 스마트워치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비록 대단한 판매량은 아닐지라도, 틈새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0만원에 가까운 스마트워치의 등장이 대다수의 소비자에게는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태그호이어의 전략이 일부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 클로드 비베르 태그호이어 CEO겸 LVMH 시계 부문장은 "이 제품을 통해 미래의 럭셔리 코드를 구현하고, 소비자는 차세대 트렌드의 리더가 될 수 있다. 간단하고 스마트한 모듈형 디자인으로, 이 시계는 스마트디바이스의 일반적 수명인 2년의 기한을 갖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이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시계는 실리콘밸리에서 나오는 최신기술이 모두 반영돼 있다. 거기에 'Swiss Made'라는 레이블이 부착된 것이다. 태그호이어의 브랜드와 테크놀로지의 결합은 이 제품에 특별함을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운영체제(OS)조차 스위스산인 것은 아니다. 태그호이어의 스마트워치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웨어로 구동된다. 스마트기기의 두뇌역할을 하는 AP로는 인텔의 'Atom Z34XX'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칩 제조사 인텔과의 협력은, 태그호이어 스마트워치도 인공지능 비서 기능을 곧 탑재할 거라고 예상하게 한다.
다른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태그호이어도 안드로이드웨어2.0의 가장 큰 특징인 '구글 어시스턴트'의 도입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데, 이에 태그호이어가 인텔의 AI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텔은 자사의 AI가 구글어시스턴트나 시리보다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태그호이어가 스마트워치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스위스 시계산업의 위기와 관련이 있다. 스위스 시계제조사들은 초기 스마트워치가 등장할 때만해도 "스마트워치는 결코 스위스시계를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시계 제조업체인 스위스 스와치 그룹의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은 2억6300만 스위스프랑(3032억원)으로, 전년대비 반토막이 났다.
FT는 "스위스 중저가 시계 제품군이 더는 스마트워치의 위협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면서 전통 시계강자들이 과거의 성공에 취해 앞으로 닥칠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