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박정희 前대통령 '암살' 이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정치가문의 비극적 결말 보도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한국의 가장 오랜 독재자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한국에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긴 정치 가문의 종말을 의미한다" (WSJ)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하자 주요 외신은 이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하며 한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외신들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나온 정치 인생과 한국 역사상 첫 탄핵 대통령으로 끝을 맺게 된 배경을 자세히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박 전 대통령이 22살이던 1974년 어머니의 사망 후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며 처음으로 정치 무대에 섰다고 소개했다. 이로부터 5년 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 당하며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졌던 박 전 대통령은 1990년대 후반 다시 정계에 등장하며 한국의 18대 대통령에 올랐다.
신문은 이런 박 전 대통령이 한국을 반년 넘게 뒤흔든 드라마틱한 정치 부패 스캔들에 휘말렸고, 결국 이 스캔들로 재판관 8인 만장일치로 파면돼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각종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대통령이었지만 결국은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WSJ는 박 전 대통령이 한국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 2대에 걸친 첫 부녀대통령의 업적을 이뤘지만 동시에 첫 탄핵 당한 대통령이 됐다고 보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하로부터 암살당해 생을 마감한 사실도 언급했다.
CNN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최순실씨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 등을 통해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 사적인 이익을 취한 국정농단 행위를 자세히 보도했다.
방송은 2007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문서에 등장했던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당시 문서엔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몸과 영혼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고 그 결과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루머'가 있다고 소개됐다.
특히 CNN은 최씨가 '샤머니즘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며, 주술과 미신을 믿는 최씨의 국정개입으로 박 전 대통령의 취임 행사에도 '오방낭' 복주머니가 쓰였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미국과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국 외신은 헌재의 박 전 대통령 결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혼돈은 불가피하다며 탄핵 '찬성'과 '반대'로 여론이 분열돼 한국 정치권과 국민들이 이를 수습해야 할 사회적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사드를 둘러싼 중국과의 외교문제와 북한 이슈, 미국의 무역제재 등에 발빠른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신은 5월에 치러질 차기 대선을 언급하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주자들이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어 정권교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짚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에 대해 "한국이 중요한 정치적 불확실성 요인 중 하나를 제거했다"고 평가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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