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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솔로몬의 판결

시계아이콘01분 24초 소요

공돈이 생기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것이 부정한 돈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최근 자그마치 30만원이라는 공돈이 생겼다. 회사에서 중학생이 되는 자녀가 있으면 교복비 명목으로 중학교 입학 축하금을 준다는 것이다. 사규를 본 적도 없어 이런 제도가 있는 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술자리에서 딸내미가 벌써 중학생이 된다고 했더니 회사 동료가 귀띔해 줬다. '자식 키우는 보람'이 이런 걸까, 용돈은 되겠다 싶어 은근히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딱 거기까지였다.

솔직한 것도 때론 병이 된다고 했던가. 최근 가족과 시장을 보던 길에 이 얘기를 꺼내고선 후회가 바로 밀려왔다. 공돈 30만원의 기쁨이 '말짱 도루묵'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문제를 먼저 제기한 것은 딸아이였다. 딸은 "비록 아빠 회사에서 나오는 돈이지만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지 않았으면 아예 받지도 못했을 돈이니까 당연히 내가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공돈에 대한 지분을 주장했다. 이럴 때 또 가만있으면 지분 강탈은 불 보듯 뻔한 일. "틀린 말이 아니긴 하지만 애초에 아빠가 이 회사를 다니지 않았으면 그 돈은 생기지도 않았을 거니까 당연히 아빠가 챙겨야지"라고 응수했지만 딸은 자신의 논리를 굽히지 않았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고금으로부터 내려오는 해묵은 인과관계의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네가 누구 덕에 태어났느냐'고 태생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나이깨나 먹은 어른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추후 딸과 조용히 재협상을 해보려고 넘어가려는 찰나, 부녀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마눌님이 드디어 말을 꺼냈다. "아니 교복값은 내가 치렀는데 왜 두 사람이 나서는 거야?" 아내는 회심의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아내는 "교복 맞추는 데 딱 28만원이 들었는데 회사가 얼추 교복값에 맞춰 지급한 게 용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뿔사. 아마도 이 돈은 보나마나 아내 수중으로 고스란히 들어가겠구나. 딸내미가 손꼽아 기다리던 방탄이들(방탄소년단) 새 앨범을 선물하는 것으로 퉁쳤으면 무마됐을 텐데 일이 커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뒷거래는 언젠가 들통나는 법.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듯이 '웬 강남 아주머니'가 청와대의 '그 분'과 공모해 국정농단을 일으킨 사태가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니던가.


아내의 판단은 이랬다. 모름지기 엄마와 아빠는 성인인데다 돈의 출처와 쓰임이 모두 두 사람에게 달렸으니 14만원씩 나눠 갖고 나머지 2만원은 딸이 갖는다. 교복값 절반을 부부가 나눠 낸 것으로 갈음하고 나머지는 딸의 용돈으로 주자는 것이다. 아내는 이미 지불했던 교복값의 절반을 환급받는 느낌이고 나로서는 공중에 증발해버리나 싶었던 돈을 절반 가까이 챙겼으니 나름 흡족한 결말이다. 딸은 딸대로 한달 용돈에 버금가는 돈을 받게 됐으니 흔쾌히 만족할 수밖에. 세 식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솔로몬의 판결이었다. 공돈 30만원 착복 미수사건은 그렇게 종결되고 말았다.


그나저나 이번 월급날에 문제의 그 '공돈'이 함께 나온다는데 이 글을 보고 하이에나(?)들이 덤비면 안될 텐데.






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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