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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의 공간에 무한의 우주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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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한 작가 '폰즈 인 스페이스 0.5' 展

유한의 공간에 무한의 우주를 그리다 'Stacked Unit, Acrylic on canvas, 91㎝×196㎝(91×91, 60.5×60.5, 45.5×45.5㎝), 2017' 옆에 선 작가 애나 한. 각각의 평면 캔버스에 색과 그라데이션으로 공간성을 부여한 후 바닥부터 쌓아올렸다. [사진=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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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인간은 '무한'의 개념을 예술작업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작가 애나 한(35)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질문을 그대로 옮겨 왔다. 작가가 평소 작업을 해오면서 상상하고 고민한 부분이다. 그는 "세상에 무한한 것을 찾으면 조금 쉬울 듯하지만, 태초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우주를 떠올려 본다면 무한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의 표현처럼 정답을 말할 수가 없다. 무한한 공간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로 어려운 부분이지만, 그러한 욕구를 전시장에 담아본다. 그는 여덟 번째 개인전을 통하여 하나의 '소우주'를 창조했다.

애나 한이 그 동안 해온 작업에서 설치와 회화가 각각 독립적인 존재로 기능했다면 이번에는 설치와 회화 각각의 조형적인 면을 부각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꾀했다. 사전 시뮬레이션 작업을 거친 끝에 방이나 가벽을 사용하지 않고 전시장 공간 전체를 활용하기로 했다. 작품도 형식적인 눈높이에 한정하지 않고 위, 아래, 바닥, 천장까지 활용해 작업을 구상했다. 동선도 새로 짰다. 덕분에 기존 공간은 더욱 확장됐다.


그는 "공간이 작업을 위해 존재한다는 느낌으로 6면을 다 사용했다. 탁 트인 시야를 유지하면서 천장까지 하얀 여백을 잘 활용해 작업의 부분이 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작품 개개의 사용 면적을 줄여 볼거리를 늘렸다. 작품 자체는 단순하지만, 역동적으로 배치했다.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었다"고 했다.


유한의 공간에 무한의 우주를 그리다 GB_installation view of Pawns in Space 0.5 [사진=갤러리바톤 제공]



무한한 우주에도 엄연히 자연의 질서가 존재한다. 작가는 작업할 때 질서를 중요시 여긴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당시, 유행한 '아트포베라(버려진 물건, 명이 짧은 재료들을 사용해 작업하는 미술사조)' 작업은 하지 않았다. 경계선이 칼 같은 작업을 했다. 그래서 다소 옛날 스타일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소우주를 만드는 작업이니만큼 작품간의 조화와 질서는 더욱 중요하다. 영감을 수용하고 표현하는 데 집중한 기존의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스스로를 공간에서 배제했다. 개인적인 감정을 풀지 않고 절제하면서 공간과 관계에 더 집중했다. 공간 속에서 작가와 관람객은 거대한 체스판의 말(Pawn)이 된다.


그는 "공간을 바라보며 눈으로 상상하고 그것을 옮기는 과정이 결국 소우주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질서는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질서와 작품 사이의 관계가 모이고 그 전체는 소우주가 될 수 있다. 질서는 이 공간과 회화, 설치 모두에 적용된다"고 했다.


작가는 네온, 천, 거울, 카펫, LED 라이트, 실, 시트지, 페인팅 등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이용해 공간을 구획했다. 주로 밝고 경쾌한 빛과 색을 사용했다. 관람객에게도 통합적인 미술 안목이 있어야 할 듯하다. 하지만 작가는 "다양한 재료와 표현을 썼다고 해서 미술 안목이 더 필요하지는 않다. 내 영감이나 느낌에 집착하기보다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작업했다"고 했다.


공간은 공기와도 같다. 우리가 인지해야 하는 존재이며, 우리를 보호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는 "단순히 눈으로만 감상하지 말고 공간 전체를 채우고 있는 공기 속으로 들어와 몸과 눈으로 경험한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전체를 보고 스스로 좋아하는 부분을 찾고, 그것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일러준다.


애나 한은 오는 16일부터 내달 18일까지 갤러리바톤에서 '폰즈 인 스페이스 0.5(Pawns in Space 0.5)'전을 연다. 공간을 주제로 한 설치 작품과 회화 작품, 총 열다섯 점을 내놨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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