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당원 1호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국회통과로 최대의 위기를 맞았던 새누리당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하에서 당명 개정 등 개혁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후보 가능성이 떠오르자 바른정당과의 보수 경쟁에서도 승기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른정당과의 지지율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9일 발표한 2월 2주차 주중집계(6~8일ㆍ1508명ㆍ응답률 8.3%ㆍ표본오차 95%ㆍ신뢰수준 ±2.5%포인트ㆍ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www.nesdc.go.kr’를 참조)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45.4%) 새누리당(13.8%) 국민의당(10.5%) 정의당(6.8%) 바른정당(5.8%) 순이었다. 새누리당이 바른정당의 지지율보다 두배 이상 높은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대선후보 지지율에서도 알 수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황 총리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3.5%포인트 오른 15.9%였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3.5%, 남경필 경기도 지사는 1.6%로 바른정당 대선주자의 지지율을 합한 것이 새누리당 후보로 유력해 지고 있는 황 총리의 지지율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바른정당과의 보수 적통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의 가장 큰 고민은 '개혁적 보수'를 바탕으로 한 모호한 스탠스가 지적받고 있다는 점이다. 중도에게는 보수로, 보수에게는 진보로 취급받아 모두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바른정당보다 '보수 이미지'를 굳히면서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이 바른정당이 아닌 새누리당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낙마도 새누리당에게는 호재다.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제3지대'를 공략, 대선의 판을 흔들 계획이었지만 반 전 총장이 조기 낙마하면서 모든 구상이 틀어지게 되었다. 통상 대선국면에서는 강력한 대선주자를 보유하고 있는 정당이 정국을 주도해왔음을 감안하면, 반 전 총장의 대안으로 떠오른 황 총리가 입당할 가능성이 높은 새누리당에게 자연스럽게 지지율을 쏠림 현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에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황 총리가 새누리당에 합류할 경우 야당의 검증 공세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여기에 박근혜정부에서 주요요직을 거친 황 총리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또 최근 '태극기 집회' 등에 경쟁적으로 참석하고 있는 친박(친박근혜)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대선정국에서 당에 이로울게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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