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속 썩어가는 고기에 애타는 채권단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동양생명이 고기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육류담보대출(미트론) 사기사건 채권단에 합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동양생명은 8일 17개 금융사로 구성된 미트론 채권단에 공문을 보내 "채권단이 제시한 합의문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권단이 제시한 위약벌, 효력기간에 대한 조항이 회사에 불합리하고 부당하게 적용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동양생명과 채권단은 공동실사를 통해 공동담보물을 처분하고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계좌를 통해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채권단 탈퇴 규정과 위약벌 규정 등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채권단은 간사기관 협의회를 통해 합의서를 안 지킨 회사에 벌금을 매기는 위약벌 규정 추가를 추진했다. 또 채권단은 채권단 존속기간으로 12개월을 주장했지만, 동양생명은 6개월을 주장해 입장 차이가 컸다.
동양생명을 비롯해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일부 금융사는 유통업자가 보관 중인 육류를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미트론을 실시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일부 유통업자와 창고업자 등이 이중담보, 임의반출 등을 저지르며 관련 연체가 600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중 동양생명이 연체금액 2837억원으로 최대 채권자다. 연체 대출의 담보물 대부분은 타 금융사와 중복대출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양생명은 공동조사를 위해 채권단을 꾸린 다른 금융사와 달리 독자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다 최근 공동담보물 처리를 위해 채권단 합류를 타진해 왔다.
동양생명의 채권단 합류 불발에 따라 채권단과 동양생명의 이중대출이 이뤄져 공동물건으로 분류된 육류담보물은 처분하기 어려워진다. 공동담보물은 그대로 창고에 둔 채 동양생명과 채권단이 각자 실사를 진행하고 법정에서 선순위채권 여부 등을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육류 보관기간은 통상 2년이지만 수입과정에 걸린 시일과 판매기간 등을 고려하면 가급적 빨리 처분해야 한다.
동양생명은 “채권단 합류와 관계 없이 채권단과의 정보 공유, 공동실사 등을 거쳐 신속히 피해가 복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최대한의 채권 회수를 위해 법적 절차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조만간 채권단 회의를 가지고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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